- (4) 설익은 규제에 부작용 속출
활력꺾는‘주52시간·최저임금’
“임금줄어 막막…알바자리 없어”
노동자 떠난 中企는 일손 부족
불통 규제에 국제평가 낙제점
국가경쟁력 64개국 중 ‘23위’
정부 효율성은 1년새 6계단 ↓
내달말 시행‘중대재해법’논란
사업주 “잠재적 범죄자 낙인”
안전보다 처벌 중심 정책 불만
이근홍·황혜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A 중소 스테인리스 생산 업체는 올해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귀한 몸’인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놓쳤다. 일할 시간이 줄어들자 돈을 더 벌기 위해 영세 업체, 배달 일자리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새 인원을 충원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막혔고, 내국인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해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업체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에 적응하며 내년에는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손 부족으로 오히려 수주 물량을 줄이고 있다. 회사 사정은 나빠져만 가는데 인건비도 상승하고 있어 한숨만 나오는 요즘이다. 더 큰 난제는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이 회사 김모 상무는 “정책이란 게 방향성이나 취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해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19 국면에 정책적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등 쏟아지는 노동 관련 정책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장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설익은 정책들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반 여를 앞두고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각종 첨단기술과 로봇 등을 도입해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사고 가능성에 바짝 얼어붙었다. 여기에 건설공사에만 적용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건설업계의 규제 부담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9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14개 건설단체 명의의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협회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은 건설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법이 제정된다면 기업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기업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제정되는 안전 관련 법령들이 되레 안전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며 “건설사가 망하면 피해자들의 안정적인 보상 기회가 박탈되는데 이런 점은 간과하고 건설사 처벌에만 매몰돼 있다”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금속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우리가 왜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받으면서 사업을 해야 하나”라며 “이런 대우를 받고 일하느니 사업을 접는 게 낫겠다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일방적 규제로 인해 오히려 근로자들이 반발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조선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과반인 76.0%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하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잔업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어 생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가 96.9%로 가장 많았고, ‘기존 인력의 노동 강도 심화’(43.1%), ‘연장수당 감소 보전을 위한 투잡 생활로 이전보다 생활 여건 악화’(40.8%), ‘회사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16.2%)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규제는 국제적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23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가 항목인 4대 분야 중 정부 효율성은 34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했다. 정부 효율성 부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조세정책은 25위, 재정은 26위, 제도여건과 사회여건은 30위였고, 기업 여건은 49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사회여건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2018년 대비 순위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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