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연 前 헌법재판소 연구관, 6년간 짓고 번역한 詩 동시 출간

2005년엔 신인문학상 받아
황두승이란 필명으로 활동

“오만과 편견의 홍진들 세척
산행에 도반같은 시 됐으면”


광주=정우천 기자

황치연(60·사진)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이 퇴직 후 6년간 짓고 번역한 시를 3권의 시집으로 엮어 출간해 화제다.

연세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20여 년 동안 헌법학자로 활동한 그에게 ‘시인’이란 타이틀이 주어진 것은 2005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다. 이후 황두승이란 필명으로 2015년까지 4권의 시집을 냈다. 두승은 그의 고향이자 동학혁명 발원지인 전북 정읍시 고부면의 두승산(해발 444m)에서 따왔다. 두승은 곡식의 양을 재는 ‘말(斗)’과 ‘되(升)’란 뜻이다.

그가 이번에 5∼7번째 시집 ‘혁명의 기원’ ‘겸허한 사랑’ ‘아름다운 산행’(채문사 간)을 함께 펴낸 것을 보면 2015년 헌재에서 퇴직한 후 얼마나 치열하게 시와 씨름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혁명의 기원’에는 인생과 사회를 폭넓게 성찰한 시 81수가 담겨있다. 그가 말하는 ‘혁명’은 정치·사회적 혁명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면서도 안전장치로 심어놓은 양심’을 본래대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황 시인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양심에 끼이는 오만과 편견의 홍진(紅塵)들을 세척하고 영혼을 거듭나게 하는 전향(轉向) 같은 것이 혁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시집에 담긴 시는, 지구촌에 사람이 살 만한 평화가 영원히 깃들기를 고대하는 진솔한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겸허한 사랑’은 동서양의 명시 132수를 직접 번역하고 원문도 함께 수록한 시집이다. 정약용·이이·박은 등 조선시대 학자들의 시와 두보·백낙천·왕마힐 등 중국 시인들의 시가 다수 실려 있다. 또 영어권의 휘트먼·예이츠 등과 독어권의 하이네·괴테·헤세 등 외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등장했던 브레히트의 시, 철학자 헤겔이 시인 친구인 횔덜린에게 헌정한 시 등도 수록됐다. 황 시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 명시보다는 지성의 대명사라 할 만한 명시들을 선정해 번역했다”고 말했다. 그의 한문·영어·독어 실력이 출중함을 엿보게 한다.

‘아름다운 산행’에는 산을 좋아하는 그가 국내와 해외 산들을 오르면서 쓴 시 54수가 실려 있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부터 자주 다녔던 산행의 수행록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산행에 도반(道伴) 같은 시로 여겨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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