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접종하셨습니까? 완료하셨다고요? 그럼 마스크 벗고, 이제 진정 일상생활을 누리고 계신지요? 코로나19 사태 2년여 동안 국민은 정부를 믿었다. 백신만 맞으면 이전과 같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방역 실패로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도 묵묵히 견딜 수 있었던 건, ‘백신’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만 맞으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다. 정부는 밤낮으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오랜 규제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집단면역을 통해 마스크를 벗게 해준다거나, 사적 모임 제한을 해제한다는 등의 약속을 해왔다. 그런데 웬걸, 열심히 백신 접종을 하는 도중에 백신으로는 집단면역에 이를 수 없다는 국내외 전문가 분석이 나왔고,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가설은 접종 완료율이 80%를 넘어선 지금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 됐다.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확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여전히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며,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혹시 양성일지 몰라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접종률에 맞춰 진행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45일 만에 중단됐고 다시 거리두기로 돌아갔다. 백신에만 기댄 채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백신만이 해법이라며, 연일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백신 패스 적용을 확대하고, 접종은 선택이라던 청소년에게도 사실상 강제화했다. 여전히 말 잘 듣는 우리 국민은 열심히 백신을 맞는다. 부스터 샷도 맞고, 청소년 접종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백신을 맞으면 정부 말대로 일상회복이 가능해질까. 지금 추세대로라면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적 모임 기준을 지켜야 하고, 수시로 PCR 검사를 위해 콧구멍 안쪽을 희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돌파 감염을 일으키는 델타 변이보다 백신 회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했고, 앞으로도 강력한 신종 변이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백신을 맞아도 일상회복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백신 접종이 현재까지 가장 좋은 해법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해도 위중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떨어진다. 최근 위중증 환자의 상당수가 미접종자이고,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나 효과가 떨어진 상태에서의 돌파 감염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백신 접종은 중증 위험을 줄여 의료계 과부하를 줄여주는 효과는 뚜렷하지만, 비감염자의 일상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가 사탕발림처럼 약속해왔던 일상회복 플랜이 불가능해지거나 희박해질 때마다 국민 상실감은 갑절로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백신 독려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일상회복 조치가 대선을 앞둔 정치 방역이었다는 지적이 억울하다면, 국민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만 내놓기보다 확실한 플랜부터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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