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銀, 3년만에 0.15%P 올려
인상 시사한 美보다 선제 대응
노르웨이·멕시코도 줄줄이↑

유럽중앙銀도 유동성축소 계획
PEPP 채권매입 내년 3월 중단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16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주요 선진국으로는 처음이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도 코로나19 이후 지속해오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3월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내년 3차례 금리 인상 시사와 함께 전 세계 주요국이 ‘돈줄 죄기’에 들어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집중 공급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으로 인한 불확실성보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영란은행은 “노동시장 경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비용과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오래 지속할 것이란 신호가 있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은 지난 2018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래 처음으로, 영란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0.1% 금리를 유지해왔다. 특히 영란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시장은 오미크론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 역시 유동성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면서도 코로나19 이후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통해 지속해오던 채권 매입의 속도를 점차 늦춰 내년 3월부터는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유럽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공급 중인 현재 월 800억 유로(약 107조46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뿐 아니라 이날 노르웨이와 멕시코도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 시중 유동성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국들이 앞다퉈 돈줄 죄기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전날 영국과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밝힌 11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각각 5.1%와 4.9%를 기록했다.

영국은 10년 만, 유로존은 24년 만의 최고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경제학자는 WSJ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 정상화 과정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의 돈줄 죄기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08% 하락한 35897.64로 장을 마쳤으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7% 떨어진 4668.67로 마감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47% 밀린 15180.4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