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물가상승 고려
동결로 인한 부담 차기 정부로
탈원전·탄소중립 가속화 흐름
연료비연동제 도입취지 ‘무색’
한국전력공사의 올 한 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도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앞두고 여론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민 몫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상 유보 결정에 따른 미조정액이 사라지는 게 아닌 데다 탈(脫)원전과 탄소중립 가속화 압박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부부처와 한전 등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0원으로 확정되면서 일단 다음 3개월 동안 국민은 올 4분기와 같은 수준의 전기요금만 내면 된다. 문제는 인상을 유보한 데 따른 한전의 부담이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전 측은 이날 “원가연계형 요금제(연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한 미조정액(㎾h당 29.1원)은 추후 요금 조정 시 총괄원가로 반영돼 정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동결 결정에 대해 조삼모사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발표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 유보를 결정하면 한전에 따르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은 최근 1년간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에 최근 3개월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반영해 산정한다. 유연탄·LNG·벙커C유 가격 급등으로 2019년 12월∼2020년 11월 기준연료비는 ㎏당 289.07원이었지만 올 9∼11월 실적연료비는 ㎏당 467.12원으로 61.6%나 치솟은 상태다.
정부가 요금을 동결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이다. 대선 직전에 2분기 연속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대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다시 한 번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결국 부실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전은 적자누적으로 70조 원을 차입해 지난해에만 2조 원의 이자를 물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나중에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국민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정부가 여타 에너지원 대비 가격이 저렴한 원전을 배제한 채 탄소중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요금 인상 압박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이 이날 “내년에 적용할 기준 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산정하고 있으며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료비 연동제 무용론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외에 내년 1분기 도시가스 요금 역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지며 에너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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