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산’ 산모 남편 인터뷰

“신생아실 못간 아기, 검사 못해
아직 혈액형·체중도 몰라…”

확진 임신부 분만·치료체계 無
출산후 신생아와 한 병실서 지내
아이도 코로나 감염 우려 커져


“코로나19 확진 산모의 아기 한 명 받아줄 병원이 전국에 하나도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요.”

경기 양주 한 아파트에서 재택치료를 받다 ‘구급차 출산’을 한 산모 A 씨의 남편 장모(34) 씨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8일 새벽에 아기를 출산했는데, 아직도 아기는 별도의 신생아 병상에 못 가고 애 엄마랑 같이 있다”며 “확진 산모와 아기를 한 병상에 두면, 아기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아닌지, 그 이후 치료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A 씨의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 확진 임신부를 위한 분만·치료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확진 임신부는 출산 병상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 출산을 하고, 이에 더해 출산 이후 아기와 엄마가 한 병상에 지내다 아기마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하혈과 복통을 호소하며 18일 새벽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 씨를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에 연락했지만, 확진 임신부를 받아줄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A 씨와 함께 구급차에 타고 있던 박은정 소방사는 “진통 간격을 보니, 출산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며 “16군데 전화를 돌렸는데, ‘포화상태라 임신부를 수용할 병상이 없다’는 답변에 마음이 타들어 갔다”고 말했다. 그 사이 산모의 진통이 심해졌고, 박 소방사는 구급차 출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A 씨는 오전 1시 36분쯤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구급대원들은 신생아의 입과 코를 막은 이물질을 제거한 뒤 호흡과 체온을 유지했다. 감염 우려에 탯줄은 자르지 않고 응급조치만 했다. 박 소방사는 “체온 유지를 위해 아기를 꼭 껴안은 산모가 그냥 울기만 했어요. ‘고맙다’ ‘고맙다’는 말도 반복하고. 이 상황이 모두 비현실적이었어요”라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출산의 기쁨도 잠시 이들은 또 다른 고초를 겪어야 했다. A 씨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대기하다, 출산 15시간이 지난 오후 4시 50분에야 경기 평택 박애병원에 입원했다. 그렇지만 병원으로부터 신생아가 단독으로 있을 병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장 씨는 “아기가 신생아실에 못 가서 출생 후 검사도 제대로 못했다”며 “아기 체중이 얼마나 되는지, 혈액형이 뭔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드코로나’를 한다면서, 이런 출산 케이스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된 것 같다”며 “우리 민초(민트초코·태명)를 받아줄 병상이 없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아빠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 임신부를 위한 출산·치료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곳을 중앙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그곳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대기하다 산모도 받고, 다른 과에서 코로나19 환자 응급 수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름·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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