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감축 기술 분석 결과
EU·美·日에 처지고 中에 앞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 최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
고용·생산축소 등 악영향 우려
2050년 탄소 중립을 내걸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대적으로 상향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탄소 저감 기술은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CCUS)기술은 선진국 기술 수준에 한참 못 미쳐 단기간에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탄소 다(多) 배출 업종의 경제적 비중이 큰 한국의 산업 구조 속에서 감당 못 할 무리한 정책이 쏟아지면서, 기업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탈(脫)원전을 고수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방식의 탄소 중립 정책은 누적 15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기술 수준 평가의 에너지 분야 주요 탄소 감축 관련 기술 12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기술 수준은 평균 80.6(최고수준 100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5개국 중 유럽연합(EU·96.0), 미국(95.5), 일본(90.0)보다 뒤처지고, 중국(78.8)보다 약간 앞선 수준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술 수준 미달의 심각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인 CCUS 기술은 80.0으로 5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열에너지(69.0, 5위)와 풍력발전(75.0, 5위) 기술 역시 중국의 기술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술 격차를 실제 활용 시기로 환산·추정할 경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에 평균 3.6년 뒤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0.6년), EU(0.7년), 일본(2.0년)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대적으로 상향했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목표를 전환한 것이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국가별로 최대 배출량에서 40% 감축 달성 기간이 12년에 불과해 미국 24년, 영국 28년, 독일 33년, EU 35년 등보다 부족하다”며 “주요 업종의 감축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산업부문 감축 목표의 급격한 상향으로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은 기업의 고용·생산 축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필연적으로 구축한다. A 대기업 관계자는 “기술이 없는데 감축량을 강제하니 기업은 생산량과 고용 축소, 유휴 설비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문을 닫으라는 건가. 처방이 없는데 어떻게 병을 고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B 중소기업 관계자는 “탄소 배출 저감 장치 설치를 고려했지만, 연간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투자 비용이 들어 설비 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이 최근 전경련 세미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약 120% 인상되고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 비용은 약 1500조 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에너지 전환에만 내년(2022년) 정부 전체 예산안(607조 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보면 감축 여건이 우리보다 좋은 EU조차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인 상황에서 우리 목표가 4.17%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탄소 중립 추진에 따른 직접 비용 외에도 산업 위축으로 고용·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 역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비용”이라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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