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거리두기에 표정 엇갈린 극장가
‘스파이더맨’ 2일만에 100만
온라인 예매창엔 매진 행렬
설경구 ‘킹메이커’ 개봉미뤄
이병헌 ‘비상선언’도 대기중
韓영화 30편 연말특수 포기
내년초엔 ‘집안싸움’ 불보듯
다시 고강도 거리두기다.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 특수를 기대했던 극장가는 18일부터 10시 이후 영업 제한이 시작되며 재차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15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감독 존 왓츠)은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망친다”는 볼멘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유명 배우와 감독이 참여한 한국 영화는 개봉 시기를 연기하며 또다시 한발 후퇴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향후 극장가는 더욱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빚게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마블은 극장의 미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더맨’은 개봉 첫날인 15일 63만5104명을 모아 코로나19 창궐 이후 최고 오프닝 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16일에도 4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이틀 만에 100만 고지를 밟았다. 게다가 주말 사흘간 174만 관객을 모으며 누적 277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전 개봉돼 닷새 만에 350만 명을 동원한 전작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스파이더맨’은 2년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매진’도 부활시켰다. 지난 주말 롯데시네마, CGV 등 주요 멀티플렉스 온라인 예매창을 보면, 주요 상영 시간대의 매진 기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스파이더맨’ 관객 리뷰창을 보면 ‘대작입니다. 꼭 극장 가서 보세요’ ‘영화의 기능을 이보다 더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까?’ 등의 반응이 속속 올라왔다.
한 극장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관객들의 시청 패턴을 바꿨다. ‘극장에서 돈 주고 볼 영화’와 ‘스마트폰으로 볼 영화’로 구분 짓는다. 엄청난 스케일의 ‘스파이더맨’은 전자로 분류된다”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관객들이 극장에 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스파이더맨’이 속한 마블 시리즈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엔드 게임’으로 페이즈3를 마무리했다. 올해 개봉된 ‘블랙 위도우’나 ‘이터널스’가 페이즈4의 서막을 열었으나, 흥행이 앞선 시리즈만 못하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이 떠난 마블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만남, 멀티버스 세계관을 통해 이미 사망한 캐릭터를 차원의 문을 통해 부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존 마블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또한 상영을 마친 후 소개된 쿠키 영상을 통해 다음에 등장할 히어로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였다. 마블팬 입장에서는 다시 극장에 갈 이유가 생긴 셈이다.
# 연말 특수 포기한 충무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여름 성수기와 함께 극장가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시기 ‘스파이더맨’에 대항할 규모 있는 한국 영화는 없다. 이미 언론 시사를 마친 ‘킹메이커’는 당초 29일에서 내년 설 연휴로 개봉 시기를 미뤘다. 1월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던 배우 송강호·이병헌 주연작 ‘비상선언’ 제작진 역시 “현재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어 ‘비상선언’ 개봉을 잠정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봉 첫 주 ‘스파이더맨’은 약 28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좌석점유율은 85%에 육박한다. 유례없는 독점이다. 하지만 충무로 그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 영화는 개봉을 미루며 스크린 독과점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은 “‘스파이더맨’의 흥행을 보면, 관객들이 어느 정도 극장에 올 마음의 준비를 마쳤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을 유인할 한국 영화가 없었다”면서 “물론 극장 개봉을 결정하기 어려운 시기지만 마냥 기다리고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 여파는 추후 한국 영화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개봉을 미룬 한국 영화는 줄잡아 30여 편. 막상 개봉 러시가 시작되면 상영관 확보조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박 편집장은 “계속 미루다 보면 결국 한국 영화들끼리 몰려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면서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홀드백(극장 개봉 얼마 후 OTT 공개) 기간을 두는 것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상생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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