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장비 규제의 역사
1890년대 스틸샤프트 첫 출시
무려 20 ~ 30년 지나 사용 인정
美선수 맬릿퍼터로 디오픈 우승
자존심 상한 英협회 사용 막기도
드라이버 길이 48인치까지 늘자
내년부터 클럽 46인치 이하 제한
골프선수들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PGA투어의 경우, 1980년 257야드에 불과하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011년 290야드를 넘었다. 최근에는 50세인 필 미켈슨(미국)이 47.5인치 드라이버로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PGA투어 장타 1위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거리를 더 늘리기 위해 48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양대 기구가 드라이버 길이를 제한하는 이유는 승패가 실력이 아닌 첨단 기술이나 장비의 성능으로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백 년 동안 용품업체들과 양대 골프기구는 마치 창과 방패처럼 다퉜다. 용품업체들이 새로운 장비를 내놓으면, 양대 기구는 새로운 규칙으로 맞서는 식이었다. 1909년 골프규칙에 장비에 관한 항목이 신설된 이후 최초로 사용이 금지된 건 맬릿퍼터다. 1904년 미국의 월터 트래비스가 망치처럼 생긴 퍼터를 들고 영국 디오픈에서 외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이 상한 R&A는 이 이상한 모양의 퍼터가 부당한 이득을 가져다줬다며 사용을 금지했다. 맬릿퍼터는 1952년에야 비로소 인정받았다.
189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한 스틸샤프트는 기존 히커리나무샤프트와 비교해 정확성과 내구성이 뛰어났으나 사용이 금지됐다. 스틸샤프트를 사용하는 골퍼가 늘어나자 1924년 USGA가 스틸샤프트를 ‘합법’화하고, 1931년에는 R&A도 공인했다. 스틸샤프트가 승인되자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싸지자 골퍼들이 정교한 거리 조절을 위해 클럽의 수를 마구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20개는 보통이었고 30개가 넘는 예도 있었다. 급기야 1934년 브리티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미국의 로손 리틀이 31개의 클럽으로 2위에 무려 14타 차 앞선 우승을 차지하자, 1938년부터 클럽의 개수를 14개로 제한하는 규칙이 도입됐다.
1990년대 중반 드라이버 헤드 제작에 철보다 가벼우면서 강한 티타늄이 활용되자 헤드 대형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500㏄가 넘는 드라이버까지 등장하자 2004년부터 드라이버 헤드 크기를 460㏄ 이하로 제한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을 중심으로 고반발 드라이버가 등장해 인기를 끌자 2002년부터 이를 금지했다. 골프공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고무 코어와 딤플로 비거리가 급격히 늘어나자 1942년 골프공의 초속을 제한하는 규정이 도입됐다. 1960년대 말 반발력이 뛰어난 고분자 소재의 투피스 골프공이 출시되자 1976년에는 공의 거리를 제한하는 규정까지 마련됐다. 공의 크기와 무게에 R&A와 USGA의 의견이 갈려 다른 규격의 골프공을 계속 사용하다 1990년이 돼서야 비로소 통일됐다.
1972년에는 IBM 출신의 화학자와 물리학자가 깊이가 다른 딤플을 비대칭으로 배열해 슬라이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골프공을 출시, 논란이 됐고 골프공 디자인에 대칭 규정이 도입되면서 비공인구가 됐다. 가장 최근의 규제는 2010년과 2016년의 아이언클럽 그루브 규격 제한과 반발력 제한이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한 드라이버샷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아이언의 그루브를 기존 U자형에서 백스핀이 훨씬 적은 V자형으로 바꾸게 했다. 페이스의 반발력 역시 드라이버와 같은 수준으로 제한됐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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