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제(다은)가 21살이던 해였어요. 대학교 개강 날이었죠. 수업 시작 후 뒤늦게 남학생 한 명이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오는데, 수염이 딱 보였어요. 제 이상형이 수염이 잘 어울리는 남자거든요. 네, 그 사람이 바로 남편이랍니다.
이후로는 ‘수염 오빠’로 불렀어요. 어느 날은 학교 끝나고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러 갔는데요. 수염 오빠도 동석했죠. 술을 먹었다고 흐트러지지 않더라고요. 그 모습이 괜찮아 보였어요. 그리고 자기 관리도 참 잘했거든요.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남편에 대한 호감은 계속 짙어졌어요. 그런데 말할 기회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함께 엠티를 가게 됐어요. 은근슬쩍 옆자리에 앉아보고, 괜히 장난도 쳤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함께 심야영화를 보고 나와 산책하는데, 남편이 갑자기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예요. “난 좋은데!”라고 당장 대답했죠. 그날의 설렘이 아직 생생하네요.
하지만, 인생에 행복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연애 두 달 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습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의식도 희미했어요. 그런데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한 말이 “다은이는?”이었대요. 그 순간만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히 지내고 있어요.
제게도 마음 아픈 일이 있었는데요, 어머니가 투병 생활을 하시다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 남편과 유학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포기했어요. 어머니가 기다려주실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한 달 반 만에 결혼 준비를 마치고 식을 올렸습니다. 2018년 9월 1일이었네요. 연애 4년 만이었어요.
평범하게 사는 게 목표예요. 여전히 제 눈에는 남편이 제일 멋있고, 제일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답게 살고 싶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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