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흘러가는 하얀 구름 벗을 삼아서/ 한없는 그리움을 지우오리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 피우오리다’. 너무 상큼하고 낭랑해서 슬픔도 밴 듯한 목소리의 포크 가수 남궁옥분(63)이 1983년 발표한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시작 부분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히트곡으로,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살며시 손짓하며 나를 부르네/ 나의 마음 꿈길 따라 찾아가리라/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하고 끝난다. 김승덕이 작사·작곡했다. 세월을 뛰어넘은 생명력의 남궁옥분 명곡은 이 밖에도 많다. ‘알게 될 거야’ 등이 담긴 1979년 제1집 음반으로 공식 데뷔한 그가 1981년 발표해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 박동률 작사·작곡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도 대표적이다.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룬 적도 있었지/ 기울어 가는 둥근 달을 보며/ 타는 가슴 남몰래 달랬지’ 하고 시작하는, 그해 ‘대학생들이 뽑은 노래 1위’였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1975년 포크동아리 ‘참새를 태운 잠수함’에 참여하며, 화가이던 꿈을 가수로 바꿨다. 당시 DJ 이종환이 운영하며 포크 가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서울 명동 음악살롱 쉘부르의 노래경연대회에서, 그는 세 번째 도전한 1977년 우승해 상금 3만 원도 받았다. 이종환은 ‘얼굴이 못생겼다’며 공연엔 나서지 못하게 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노래와 기타 연주 연습에 매달려 역량을 더 키웠다. 결국 이종환은 그를 쉘부르 무대에 세웠다. 남궁옥분이 밝힌 일화다. 1982년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어느 방송의 최고 인기 가수 선정 투표에서 남자는 조용필, 여자는 그가 1위였다. 1980년대엔 매일 그의 노래가 전국 도시마다 거리에 흘렀다. ‘호박꽃’ ‘네 마음은 바람인가 봐’ ‘눈부시게 맑은 날’ ‘설악산’ ‘재회’ 등.

‘꿈을 먹는 젊은이’(김중순 작사, 김호남 작곡)도 그중 하나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절망을 딛고 새해 ‘희망’을 품으며 따라 불러 봄 직하다.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우리 모두 같이 흥겨웁게 노래해요/ 푸른 나래 펴고 꿈을 먹는 젊은이여/ 성난 파도처럼 이 자리를 즐겨요/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괴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려요/ 사랑과 욕망도 모두 마셔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젊음을 불태워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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