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자금지원 안돼 협상 난항
대우건설 헐값매각 논란 이어져
“産銀, 팔아 치우기 급급” 책임론
2021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 기업들이 주로 항공·자동차 같은 국가 기간산업을 이끄는 업체들이라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은 향후 국가 산업경제 지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양사 통합 작업도 해를 넘길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인수자인 대한항공이 올해 1월 세계 10여 개 국가에 기업결합심사신고서를 냈는데 아직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서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일정을 고려할 때 최종 결과가 내년으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3조3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부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250억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기업 매각을 추진하면서 독과점 논란 등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철저한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매각이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도 전기버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에디슨모터스를 새 주인으로 결정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매각 주간사인 EY한영과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가격을 51억 원 삭감한 3048억 원에 최종 합의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산업은행은 제3의 기관에 재무·기술의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자금 동원력에서 확실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은행 역시 지역경제나 쌍용차 고용 상황 등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매각이 완료된 대우건설의 경우에도 헐값 매각 논란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사인이 이뤄져 내년 3월 대선에서 만일 정권이 교체될 경우 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 기업 매각 작업에는 모두 산업은행이 연결돼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노동계 등에서는 산업은행의 책임론을 지적하기도 한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하고 항공업과 자동차산업 같은 국가 기간산업 기업들을 산업 정책적 분석도 없이 팔아 치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들은 “산업은행 체계를 전면 개편해 산업은행 관리체제는 물론, 국가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산업은행 자체의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은) 국가 기간산업 전체적인 차원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며 “지금 항공산업과 조선산업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인데, 이렇게 국가 경제 차원에서 꼭 키워야 할 산업은 신속히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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