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0일, 미국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언론의 자유는 기본 조건이자 핵심 가치로 다뤄져 왔고,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언론사찰로 의심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 진보적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가 공수처 요청에 따라 통신사로부터 자신의 개인정보가 조회, 제공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 정부와 공수처 설치에 비판적이었던 시민운동가 김경율 회계사 역시 공수처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공수처 사찰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이를 접한 언론사와 법조 관련 기자들도 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 법원과 검찰, 공수처 등을 담당하는 15개 이상의 언론사 기자 40여 명에 대한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수처가 통신사로부터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공수처는 정당하고 적합한 수사 방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통신사를 통해 개인정보를 조회했다고 해서 이를 사찰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공수처 같은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범죄 행위를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이나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에 누구와 통화했는지 통화 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문은, 공수처의 개인정보 조회가 왜 유독 그들과 직접 관련된 법조기자(記者)들에게 집중됐는가 하는 점이다. 혹여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사찰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실제로 공수처는 TV조선 법조팀 취재기자와 전·현직 법조팀 데스크, 사회부장 등 모두 7명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 이들은 지난 4월과 6월에 있었던 ‘이성윤 황제조사’와 ‘공수처 언론사찰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과 취재를 지휘한 선임기자들이었으며, 공교롭게도 보도 내용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의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개인정보 조회 대상이 일선 취재기자에 한정되지 않고 법조 데스크와 사회부장까지 포함돼 단순한 개인정보 조회가 아닌 ‘언론인 사찰’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발표된 공수처 수사 효율성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부정적인 평가는 74.8%로 긍정적인 평가 18.1%를 크게 앞질렀다. 합법적인 개인정보 조회를 앞세워 불법적인 언론사찰을 자행하는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의견과 판단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현 정부는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고 언론사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의 무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수사와 전혀 무관한 기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공수처의 태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언론사찰이자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정치사찰이다. 합법적인 개인정보 조회를 앞세워 불법적인 언론사찰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것은 또다시 국민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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