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래식 핵전 대비…미·중은 소규모 지역 충돌 대비 개발
미국, 러시아, 중국은 2019년, 2020년에 신형 극초음속 탄약을 시험하는 등 기존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를 향한 전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러시아 및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시험은 미국 유럽 등 강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지만 최근 미국 역시 비밀리에 진행한 시험은 미국 또한 극초음속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극초음속(Hypersonic)기술은 마하 5보다 빠르게 대기권을 통과하며 시간당 거의 4000마일에 달하는 속도를 내는 항공기, 미사일, 로켓 및 우주선을 뜻한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소장 임영일)가 20일 발간한 ‘2021 세계방산시장 연감’은 미래 전장을 변화시킬 4차 산업혁명 핵심 미래기술로 극초음속 기술 등 8가지 기술에 대한 세계 방산시장 규모와 성장전망 등 분석자료를 상세히 공개했다.
◆극초음속 기술 경쟁 …선두주자 미·중·러 이어 유럽 국가들도 뛰어들어
국기연은 극초음속 기술 시장의 선두주자 3개 강대국 간의 장기적인 전략적 지배는 부분적으로 재래식 전술 및 전략적 억제를 위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과 배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 공군, 육군 및 해군을 위한 극초음속 체계 개발에 2024년까지 연평균 20억 달러 이상의 지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는 2021 회계연도 예산에서 극초음속 무기 연구에 32억 달러를 요청한 반면 극초음속 위협에 대항하는 방어 체계에는 2억680만 달러(약 6%)가 배정됐다.
국기연은 적 미사일 추적 및 요격 체계 개발을 감독하는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 방어국(MDA)이 2020년 의회에 재원 미확보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극초음속 방어 부문에 대한 투자 증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0년 후반에 의회는 해당 부처에 극초음속 방어 및 탐지 기능 개발을 골자로 13억 달러의 예산을 의결했다. 유럽에서 프랑스 및 독일은 모두 극초음속 무기에 투자했는데, 프랑스는 370억 유로의 핵 개발 기금 중 일부를 배정했으며 독일은 현재 극초음속 무기를 위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극초음속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및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도 극초음속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및 독일은 극초음속 개발에 투자했는데, 프랑스는 핵 체계 오버홀(overhaul)의 일환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독일은 2018년에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요격 프로그램인 트위스터(TWISTER)를 준비 중인데, 이 프로그램은 잠재적 극초음속 위협을 포함해 성능 개선된 위협 탐지, 추적 및 대항 능력을 유럽 국가에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EU는 마하 5~6 항공기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아틀라스(ATLLAS) 2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의 전략적 중요성, 발사체계
중국, 러시아 및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관련해 전략적 접근이 변하고 있다. 국기연은 “러시아는 재래식 핵전쟁에 대비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에 미국 및 중국은 소규모 지역 충돌을 고려해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자국 신무기인 DF(둥펑)-17에도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것을 천명했다.
정밀 공격을 위한 극초음속 무기 사용은 여러 가지 장점을 제공하며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한 핵 타격의 저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은 표적을 매우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고 두 가지 측면에서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데, 하나는 핵탄두의 탑재고, 다른 하나는 시설, 통신 또는 무기를 파괴하는 등 일반적인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비핵 패키지의 탑재다. 미국 및 중국은 모두 비핵 탑재체를 운반하는 극초음속 장치를 개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방향을 매우 빠르게 조정할 수도 있는데, 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격 지점을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표적 변경 능력 외에 추가로 정밀도까지 보장되므로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 ICBM은 핵 탑재체를 장착할 수 있고, 적 방어망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는 능력 측면에서 중요한 군사적 강점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방어체계를 전략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비핵 탑재체를 장착할 수도 있다.
특히 러시아가 이러한 능력을 장기적으로 활용하고자 할 수 있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유럽에 전개한 다수의 미사일 요격 기지의 방어망을 제거해 핵 타격을 보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나토의 방어체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방어체계를 제거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러한 능력에는 높은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하며 개발이 더 길어진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는 인공 조건에서도 ICBM 저지에 비효과적이지만, 레이더는 ICBM을 조기에 탐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극초음속 무기는 중간 경로 단계를 상대에게 노출시키지 않아 살상력이 높다. 특히 러시아의 우려는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가 러시아 핵무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발전해 왔는데 극초음속 무기는 이러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슈다.
극초음속 무기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요 표적에 대한 사용 가능성이다. 충돌의 초기 단계에서 극초음속 무기는 적대 세력이 반격하기 어렵게 미사일 포대 또는 지휘 본부와 같은 표적을 정확하게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선제적 공격은 공군 및 지상군의 후속 공격이 쉽도록 적의 방어 능력 무력화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이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탐지 및 저지가 어렵다는 점에서 ICBM보다 뛰어난 장점이 된다. 또한 핵 능력을 무력화하거나 핵심 수뇌부 및 지휘통제 시설을 제거하는 소위 ‘참수작전(Decapitation Strike)’에 사용할 수도 있다.
발사체계 측면에서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하기 위해 레일건(Railgun) 설치를 선택하는 반면, 미국은 재래식 발사대를 이용한 발사를 선택하고 있다. 재래식 발사대를 이용한 발사의 주요 이점은 선박에 극초음속 발사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많은 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레일건은 더 빠른 발사 능력을 제공하지만 레일건을 탑재하려면 시설 및 선박의 개조가 필요하며, 이러한 개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신무기 배치가 지연될 수 있다.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주요 플랫폼은 잠수함이다. 극초음속 무기는 사거리가 제한되기 때문에, 최대 사거리가 약 2000㎞인 러시아의 아방가르드(Avangard)를 국내 또는 심지어 전구(戰區) 수준 타격에 사용하려면 탐지되지 않는 범위에서 충분히 가까워지기 위해 잠수함 발사가 필요할 수 있다. 극초음속 무기가 탑재된 잠수함은 국가에 상당한 전술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일본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
중국은 군함에 극초음속 무기를 탑재하려 하는데, 극초음속 무기는 개량된 발사대에서 발사할 계획이고, 군함에 발사대를 설치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에 적합한 중요한 인프라를 개발했으며, 중국은 미국보다 20배가 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일본은 함정 또는 지상 표적을 타격하도록 설계된 극초음속 유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설계는 2030년에 완료될 예정이며, 현재는 스크램제트 엔진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듀얼 모드 스크램제트 엔진’을 생산하는 것이 목적인데, 듀얼 모드 스크램제트 엔진은 램제트와 스크램제트 엔진을 결합하여 필요에 따라 마하 5 이상 또는 미만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미사일에 제공할 것이다. 듀얼 모드 스크램제트 엔진은 ‘일본 방위장비청(Acquisition, Technology & Logistics Agency·ATLA)’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JAXA)’와 협력해 생산할 예정이다. 극초음속 유도 미사일은 남중국해에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프랑스 및 독일은 모두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핵무기 오버홀의 일부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며 독일은 2018년에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랑스는 2021년까지 극초음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V-MaX’ 프로젝트는 프랑스를 유럽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보유한 첫 번째 국가로 만들 수 있다. 독일의 국방조달국(BAIINBw)은 2018년에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독일 프로그램은 ‘방어용’이며 전차 또는 다른 장갑차에 사용하도록 고안됐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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