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은 언제나 설?습니다. 마당 한쪽 작은 창고 안에 가득 들어 있었던 맛도 모양도 다양한 옛날 과자를 맛볼 생각에 신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전통 과자 공장과 도매상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는 집 안에도 작은 창고를 마련해두고 맛있는 과자들을 잔뜩 쌓아 두셨습니다.
고소한 뻥튀기, 쌀을 튀겨 긴 원기둥 모양으로 뭉친 쌀강정, 이에 쩍쩍 붙을 정도로 찐득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올라오는 오란다 과자까지. 온갖 맛있는 것들로 가득했던 그 방의 VIP는 단연 저와 제 동생이었습니다. 갓 구워 나온 바삭한 뻥튀기를 한입 베어 물고 히죽히죽 웃는 저를 할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흐뭇하게 바라보셨습니다.
군인 출신이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하셨습니다. 작지만 바삐 돌아가는 공장을 운영하려면 매일같이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셔야 했던 걸까요. 밥그릇에 붙은 밥 알 한 톨도 농부의 정성을 생각해 남겨서는 안 된다며 그릇을 물로 깨끗이 헹궈 드시곤 했습니다.
가족을 보살피느라 정작 본인은 돌보지 않으셨던 할아버지는 제게 꼭 강철 로봇 같았습니다. 군 생활 중에 그리고 공장의 기계를 고치던 중에 손가락 몇 마디를 잃으셨지만 ‘이까짓 거 대수롭지 않다’며 또 뚜벅뚜벅 매일을 살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이 분명하셨던 만큼 자식들에게도 엄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손녀·손자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주셨습니다. 젊은 날 뜨거운 햇볕 아래 일하느라 검붉게 그을리고 깊게 주름진 얼굴로 저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그때는 왜 그리 무서웠는지 한번 안아 보자며 손을 내미실 때마다 저는 종종 울곤 했습니다. 아마도 오랜 군인 생활이 남긴 딱딱한 말투와 몸짓이 어린 제게는 낯설었던 듯합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싶어 자못 속이 상합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갈 무렵 그리도 단단하셨던 할아버지께서는 몸져누우셨습니다. 병상에 누우신 할아버지께서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연약한 모습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아직도 그때 모습을 떠올리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앞이 흐릿해집니다.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뵀다면 조금만 더 그 사랑의 손을 잡고 안아드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자꾸만 저를 사로잡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져 갑니다. 미래의 어느 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면 그땐 꼭 온 힘을 다해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심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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