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에게 듣는 ‘성탄 메시지’
“소상공인·다자녀 가정 등에
긴급생활자금 100억 지원…
교회, 통렬한 자기반성 필요
방역 협조 등 신뢰회복 노력”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며 올해도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대선 경쟁으로 갈등과 분열이 커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성탄절을 맞으며, 모든 이가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 메시지를 함께 새겼으면 합니다.” 이영훈(67)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그리스도의 낮아짐, 섬김, 희생을 특별히 기억하며 우리 사회 주체들이 화해와 협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성탄의 근본 메시지”라고 했다.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지도자인 그는 “국민이 고통을 겪는 시기에 정치권이 대선을 빌미로 끝없는 비난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쓴소리했다.
지난 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올해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지난 11월 서울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노숙자들에게 배식 봉사를 했던 경험을 꼽았다. “오전 11시에 나눔 행사를 시작했는데, 노숙자분들께서 7시부터 기다리셨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게 참 가슴이 아파 앞으로 더 잘 섬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번 연말에 영세 소상공인, 기초생활수급자, 다자녀 가정 등에 긴급생활자금으로 100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 헌금은 30% 줄었지만, 힘든 겨울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지원금을 긴급 편성했다고 한다.
“서울역 앞 쪽방촌에 우리 교회 성도들이 계셔서 방문했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이더군요. 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서울 지역 쪽방촌 800가구에 각각 50만 원씩 드릴 예정입니다.”
이 목사는 실제로 지난 20일 쪽방촌을 찾아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굿피플을 통해 지원품을 담은 ‘희망 박스’를 전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장만희 한국구세군 사령관 등과 함께 나눔 활동을 마친 후 그는 “이 작은 시작이 전국으로 퍼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가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그동안 성장 지향형으로 초대형 교회를 이뤘습니다만, 이제 지역 사회로 들어가 섬기는 것에 힘써야 합니다.”
이 목사는 한국 교회가 세속화로 인해 사회의 신뢰를 잃었다며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교회는 개화기에 교육,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도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며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도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88서울올림픽 이후로 풍요로움 속에서 교권 다툼을 벌이면서 일반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됐지요.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교회가 큰 비난을 받은 것은 신천지라는 집단이 교회인 것처럼 이름을 가장하면서 생긴 일이지만,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이 높은 탓도 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음에도 소수가 잘못한 탓에 욕을 먹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교회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정부 지침에 앞서 방역 패스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했다.
그는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고 한국교회총연합의 산파역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회 연합단체 통합 운동과 관련, 그는 “기득권을 가진 분들이 자리 욕심을 내려놓고 순번제로 대표직을 맡아 섬기는 자세로 일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지난 9월 소천한 조용기 목사 이야기가 나오자 “58년을 섬겼다”고 했다. 만 9세 때, 조부인 이원근 장로의 인도로 순복음교회에 나간 후부터 평생 동행한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 “서대문 로터리에 살 때 세 집 건너에 사셨는데, 골목을 지나가다가 저를 보면 늘 격려해주셨어요. 중·고·대학 입시 때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셨지요.”
이 목사는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중 조 목사의 부름을 받고 1993년 귀국, 기존 교단이 순복음교회에 덧씌운 ‘이단 사이비 문제’를 해결했다. “조 목사님은 저를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여러 번 파송하며 그때마다 숙제를 주셨어요. 한 번도 거역하지 않고 따랐고, 그 숙제들을 잘 해결한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2009년 조 목사를 승계해 순복음교회 담임 목사가 됐다. 카리스마가 강한 조 목사에 비해 약해 보인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온유와 겸손으로 교회를 이끌며 21세기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목사는 조 목사의 유지를 받드는 차원에서 두 가지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나는 북한을 비롯해 세계 각지를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사랑 실천입니다. 아름다운 전통을 앞으로도 꼭 이어가겠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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