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김의 고양이 사진. 왼쪽은 ‘보그 코리아’ 화보, 오른쪽은 인도서 찍은 것.
케이티 김의 고양이 사진. 왼쪽은 ‘보그 코리아’ 화보, 오른쪽은 인도서 찍은 것.
산지갤러리서 케이티 김 사진전
작품 43점 선봬… 내달 14일까지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주인공 고양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고양이의 야생 삶이 생생히 드러나는 작품들은 웃음기를 거두고 가만히 들여다봤다. 담장 뒤에서 눈만 빼꼼히 내밀고 카메라 쪽을 바라보는 ‘길냥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사찰에서 적색 가사를 입은 스님과 함께 있는 고양이는 득도(得道)를 꿈꿀까.

케이티 김(KT Kim·김경태)의 사진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산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길냥이를 주제로 촬영한 사진 작품 43점을 선보인다. 작가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터키, 미얀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찍은 것이다.

전시 타이틀은 일본 소설문학 거장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제목에서 빌렸다. 케이티 김이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서 우연히 길고양이를 만난 후 23년을 반려묘로 동행했던 걸 떠올려서다. 이번 전시를 미술품 플랫폼 아트 토큰(Art Token)과 공동 주관한 산지갤러리 최지인 대표의 첫 동물 구조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 최 대표는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상자에 버려진 고양이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준 기억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을 위한 인식개선에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케이티 김은 패션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국내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서울, 뉴욕, 아바나 등 도시를 주제로 한 작품전을 잇달아 열고, 지난 2004년에는 ‘보그 코리아’ 8주년 특집(‘PEOPLE’)을 맡아 촬영했다. 2005년에는 유럽, 일본의 사진가들과 함께 배우 김희선의 사진집(‘Marvelously Kim Heeseon’)을 만들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는 유엔과 제휴한 ‘F4D’(Fashion 4 Development) 재단의 아트디렉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미감이 빼어난 케이티 김의 사진은 아날로그 흑백의 중후함, 디지털 컬러의 산뜻함을 아우른다. 그의 사진에서 모든 고양이는 귀하게 보인다. 고양이들은 세계 각지에 떨어져 있었으나, 그의 뷰파인더에 포착됐다는 공통점 하나로 서울의 전시 공간에 함께함으로써 시공간의 벽을 넘어 서로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 작품은 갤러리 건물의 지하 2층 전시장과 1층 카페에서 내년 1월 14일까지 만날 수 있다. 최 대표는 “수익금 일부는 동물자유연대가 경기 파주에 건립할 고양이를 위한 보호소에 기증할 것”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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