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가 가장 사랑하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기념해 내놓은 ‘오메가 씨마스터 제임스 본드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판에는 007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건 배럴’(총열) 이미지가 새겨졌다.  오메가 제공
오메가가 가장 사랑하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를 기념해 내놓은 ‘오메가 씨마스터 제임스 본드 리미티드 에디션’. 시계판에는 007 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건 배럴’(총열) 이미지가 새겨졌다. 오메가 제공

■ Premium Life
- 인류의 위대한 순간을 함께… 역사가 된 ‘오메가’

40G 중력가속도·고산소 이겨내
‘우주비행 적합’단 하나의 시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활약도

25년간 007 영화‘본드’손목에
실버 스누피 50주년 기념 시계
한정판 아닌데 구하기 힘들어

‘씨마스터 플래닛오션 600M’
국내 첫 선… 전세계 88개뿐
완벽 추구… 과학 넘어 예술로


본드걸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는 기차에 마주 앉은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위 왼쪽 사진)의 시계를 슬쩍 보고 묻는다. “롤렉스?” 본드는 시크하게 대답한다. “오메가!”

대담한 브랜드 노출로 아직도 종종 회자되는 영화 007시리즈 ‘카지노 로얄’(2006)의 한 장면이다. 영화 자체도 시리즈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성공하며 전 세계에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원래 원작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는 롤렉스를 차는 것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시계가 너무 번쩍거리는 데다 영국 해군 출신 첩보요원이라는 설정과도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오메가로 교체됐다. 여타 업체들이 단순히 시계를 홍보 목적으로 제공했던 것과는 다르게 오메가는 제임스 본드의 시계가 되기 위해 아예 영화 제작을 후원하거나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시계를 새로 제작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995년 시리즈의 17번째 작품인 ‘골든아이’를 시작으로 올해 개봉한 ‘노 타임 투 다이’까지 오메가는 무려 26년 동안 제임스 본드의 손목을 지키며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홍보 사례 중 하나로 올라섰다.

오메가는 영화 007시리즈 이외에도 ‘달에 간 최초의 시계’와 ‘세계 최초의 다이버 시계’ 등 수많은 스토리를 보유한 브랜드다. 최근 리셀(재판매) 문화가 활발해지며 롤렉스만큼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일각에서는 ‘이인자’ 취급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계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롤렉스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사”로 평가할 만큼 역사와 철학을 자랑하는 워치메이커다.

오메가의 역사는 루이 브란트가 1848년 스위스 라쇼드퐁에 시계 공방을 열고 회중시계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는 겨울엔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나라를 돌며 직접 시계를 판매했다. 곧 유럽 전역에서 루이 브란트의 시계가 명성을 얻었다. 1894년 브란트 형제의 은행가였던 앙리 리켈이 ‘시계 기술의 완성’이라는 뜻을 담은 그리스 알파벳 마지막 문자 오메가(Ω)를 회중시계 칼리버 제품 이름으로 제안했다. 시계가 유명해지며 1902년 마침내 오메가라는 이름이 아예 정식 회사명으로 채택됐다.

오메가는 특히 롤렉스나 파텍필립, 피아제, 브레게 등 여타 굴지의 워치메이커와 비교해 유독 개척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근현대 인류 역사의 현장에 ‘첫 번째 발자국’을 가장 많이 남긴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가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메가 제공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가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메가 제공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순간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은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를 차고 있었다. 오메가가 나사(미 항공우주국)에 별도로 협찬한 시계가 아니라 우주인에게 채울 시계를 찾기 위해 매우 강도 높은 테스트를 시행해 그중 살아남은 유일한 시계였다. 1964년 나사는 유인 우주 탐사 미션에 적합한 시계를 고르기 위해 전 세계 유명 시계 브랜드를 상대로 혹독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영하 50도와 100도를 넘나드는 온도 차, 40G 중력가속도의 힘, 93%의 습도와 부식되기 쉬운 100% 고산소 환경 등을 모두 이겨낸 시계는 단 하나,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였다. 이렇게 발탁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인류 최초의 달 착륙 현장에 함께하며 ‘문워치’라는 영광스러운 애칭을 얻게 된다. 오메가는 자사의 자부심과도 같은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일부 라인업의 시계를 당시 우주 비행 적합 판정을 받았던 스펙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모델.  오메가 제공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모델. 오메가 제공
오메가는 문워치 외에도 올림픽 타임키퍼라는 역사성을 내세워 관련 시리즈를 일반에 선보였다. 기술력이 비슷한 다른 럭셔리 워치메이커와는 달리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비싼 시계 하나만을 만들고 끝내지 않는다. 이를 가능한 한 제품화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오메가는 한정판 시계를 유독 많이 내놓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질 좋은 자사 기술력을 대중에게 선보이면서도 브랜드와 제품 자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오메가가 선택한 길이다. 오메가가 내놓는 한정판 시계는 매년 수십 가지에 달한다. “한정판을 너무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시계 하나하나에 여타 브랜드가 따라오기 어려운 오메가만의 역사성과 브랜드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한정판 모델은 출시되자마자 큰 호응을 받으며 팔려나간다. 특히 1970년 나사가 오메가에 수여했던 ‘실버 스누피 어워드(나사 본부가 우주 계획 중에서 특히 큰 공적을 올린 회사·그룹에 수여하는 명예상)’를 기념해 내놓았던 시계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오메가는 지난해 새로운 실버 스누피 50주년 기념 모델을 내놓으며 처음으로 한정판이 아닌 시계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몰리며 해마다 가치가 올라가는 모델로 꼽힌다.

‘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모델 시계의 뒷면에는 달과 지구, 아폴로 13호를 타고 있는 스누피가 그려져있다.  오메가 제공
‘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모델 시계의 뒷면에는 달과 지구, 아폴로 13호를 타고 있는 스누피가 그려져있다. 오메가 제공
애플워치·갤럭시워치 등 스마트워치 시장이 기존 시계 시장을 압도할 만큼 커졌는데도 국내 시장에서 오메가를 비롯한 럭셔리 워치메이커 브랜드의 성장세는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명품시계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6% 늘었다. 전체 매출 증가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은 시계와 주얼리 매출이 65.6%나 뛰었다. 현대백화점의 수입시계 매출 역시 4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100만 원 이하 중저가 시계의 경우 스마트워치 시장에 잠식당했지만, 차별화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스위스 워치메이커들의 경우 수집품이라는 개념이 생기며 오히려 고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메가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 최근 국내에 단독 매장을 신규로 열며 공격적인 출점에 나섰다. 오메가는 지난 1일 새로운 콘셉트의 부티크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EAST 지하 1층에 오픈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신규 매장 오픈을 기념해 ‘씨마스터 플래닛오션 600M’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오메가의 최고 인기 다이버워치 라인인 ‘씨마스터’에 다양한 보석을 담은 시계로 직경 43.5㎜ 사이즈 다이얼에 18캐럿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베젤로 이뤄져 있다. 특히 0~15분 미닛 트랙에는 블루 그러데이션 사파이어가, 12시 방향에는 오렌지 사파이어가 세팅돼 다양한 색감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88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갤러리아 명품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으며 가격대는 1억3000만 원대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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