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
초·중·고 학생들이 정책제안
아동·청소년 관련 아이디어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 예정
“도시·농촌간 교육격차 해소
정신건강 상담·치료 등 지원
어리다고 의견 무시하지말고
우리 목소리 듣고 존중해주길”
정리=최준영 기자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 주자들이 유권자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 변화로 꼽힌다. 지난 2019년 12월 선거연령을 기존 만 19세에서 1년 하향하는 공직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력 대선 후보들이 만 18세 유권자의 ‘1%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년 선거철마다 되풀이돼 왔듯 일각에선 이외 투표권이 없는 아동·청소년은 정치권의 논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0월 5일부터 지난 3일까지 만 7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아동·청소년 정책을 기획해 공약으로 제시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접수된 아이디어들은 내년 1월까지 선별 작업 등을 거친 뒤 늦어도 2월까지 각 정당 정책위원회와 주요 대선 후보 캠프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전달된 공약들이 실제 대선 후보 공약에 얼마나 잘 반영이 됐는지도 검토가 이뤄진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아동·청소년 관련 토론회 등에 참여했던 경남 고성군 철성고 1학년 김민서(16) 양과 창원시 반송중 2학년 이윤채(14) 군을 통해 또래 아동·청소년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를 들어봤다.
◇“우리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 아동·청소년들은 우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자신들을 미숙하게 여기는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가정, 학교, 사회 등에서 ‘참여’라는 것을 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의견이 무시되는 상황을 개선해 달라며 ‘아동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아동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 12조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 사안에 대해선 이른바 학생 기자로 나선 이윤채 군이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군은 “아동·청소년들이 정말로 바라는 것은 투표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원이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목소리도 책임감 있게 듣고 존중해줬으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겪는 문제를 대표해 해결하는 대통령이 이 일에 가장 앞장서야 하며, 아동과 관련된 일들이 다른 일들과 동등하게 중요시되고 있는지를 꼭 깊게 생각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장라혜(16) 양은 “우리의 대표로서 자격이 있고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세요” = 아동·청소년들의 최대 관심사는 진로·진학에 집중됐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66.5%가 사교육을 하며 주당 평균 5.3시간을 사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동·청소년들은 교육 격차가 소득 격차로, 다시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크게 우려했다. 우현민(16) 군은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예체능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김성미(16) 양은 “도시 외 지역 학생들은 도시 학생들에 비해 다양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고 심지어 진로 계획이 있어도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지역 격차를 개선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서희우(16)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중학교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진로 탐색에 주력하는 학기)를 경험했지만 미래에 관한 갈피를 잡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며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리 건강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아동·청소년들의 신체·정신건강에 신경 쓰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 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적지 않은 학생이 “밤에는 공부 걱정 없이 잠을 푹 자고 싶어요” “아침밥은 먹고 등교하고 싶어요” “힘들 때는 좀 쉬어도 야단맞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의 의견을 나타냈다. ‘2021 청소년 통계’ 자료를 보면 중·고등학생의 34.2%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끼며 25.2%는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정신건강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응답도 20.3%에 달했다. 학생 기자로 참여한 김민서 양은 “많은 학생이 정신건강 관련 상담을 원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비용 문제 등에 가로막혀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다”며 “사회와 국민이 건강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큰 만큼, 인식 개선 캠페인과 상담비 지원 등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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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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