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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다른 계절과 평소와 달리 매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겨울이 없는 나라로 이민을 가야 하나 싶을 만큼, 매번 이 계절이 되면 우울해집니다.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져서 영화도, 책도 계속 볼 수가 없어요. 요즘은 일하지 않는 시간에 계속 누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째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 아내와 아이들은 제가 겨울마다 이런다는 것을 알고 있고요. 잠도 많아지고 만사가 피곤합니다.

게다가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올 한 해를 되돌아보니,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힘들어요. 연말에 특별히 즐거운 것도 없어 서글프고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데, 저는 발전하지 않으니 이 시기가 늘 쓸쓸하기만 합니다.

A : 한 해를 돌아보지 말고 지금이라도 새로운 계획 세워보세요
▶▶ 솔루션


계절성 우울증은 신체적인 요소가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 계절성 우울증은 마음의 병보다는 몸의 질병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같은 신체 질병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합니까? 규칙적인 식생활, 충분한 휴식, 운동 등에 신경 쓰지, 어린 시절에서 그 원인을 찾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지금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우울한 상황에서는 과거를 회상해도 전부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르고,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예측하게 됩니다. 우울하기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온 것 같이 느껴지지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기도 하므로, 원인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거나 심리학 서적을 읽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걷고,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낮에라도 규칙적으로 햇빛을 보면 당연히 도움이 되고, 집에서 자가로 하는 광치료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노력을 해봐도 낫지 않고 반복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이렇게 세로토닌, 스트레스 호르몬, 멜라토닌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판매처럼 직업 자체가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경우 또는 겨울에 배우자를 잃어서 우울한 경우 등 상황과 관련 있는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연말이라는 상황은 아무래도 뒤를 돌아보게 되는 때이므로 짧아진 해, 추워진 날씨와 더불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실 매년 학년이 바뀌는 어린 시절처럼 어른들이 1년, 2년 단위로 끊임없이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새로운 계획은 12월 22일에 시작하든 1월 1일에 시작하든 똑같습니다. 다소 우울한 기분으로 뒤를 돌아보면 과도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앞으로 자신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작은 계획을 시작해서 내년까지 이어가는 마음을 가진다면 연말이라서 서러운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무엇을 일단 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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