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금자씨’이영애 딸 출연 주한 美여장교…“조부모 나라 자유 수호 위해 군인됐다”

유엔사 페이스북에 근황 공개…의장대 선임참모 근무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딸 똑 부러지는 제니역

2005년 개봉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배우 이영애의 딸로 출연, 똑 부러지는 연기로 얼굴을 알린 아역배우가 16년 만에 깜짝 놀랄 만한 근황을 전했다. 당시 12살의 신예 아역배우였던 권예영은 영화계를 떠나 군인의 길을 걸었다. 현재 미 육군 커스틴 권(28) 중위로 한국 유엔군사령부(UNC·유엔사)에서 근무 중이다.

유엔사는 21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권 중위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 같은 근황을 전했다. 커스틴 권 중위는 유엔사 의장대 선임참모로 근무 중이며 유사시 경호부대의 역할을 수행한다. 유엔사는 “권 중위는 의장대의 전술적 훈련 계획 및 실행, 그리고 의장대 행사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중위는 2005년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주인공 금자의 딸 제니 역할을 맡았다. 캐스팅 당시 제작진은 ‘어린 시절 호주로 입양돼 한국말을 못 하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사람을 찾았고, 뛰어난 영어 실력에 극 이해도가 높은 권 중위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한국으로 왔고 여러 광고와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배우의 꿈을 꿨었다. 정식 연기를 펼친 건 ‘친절한 금자씨’가 처음이었다. 똑 부러지는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그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차기작을 물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어째서인지 더 이상의 출연작은 없었다.

군인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그 이유였다. 권 중위는 작품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진로를 바꿔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권 중위는 유엔사 공보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6·25전쟁의 여파로 미국에 간 조부모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나라에 뭔가를 돌려주고 싶어서 미군에 임관했다”며 “내가 이 나라에 돌려줄 수 있는 가장 많은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자유를 봉사하고 수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 중위는 유엔사 의장대 근무를 통해 ‘정(情)’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일부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권 중위는 “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을 내 집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내 고향”이라며 “한국 문화가 가진 ‘정’을 좋아한다. 나는 정이란 것이 한국을 강조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 한국과 한국인을 매우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