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용(왼쪽사진 오른쪽) 주모로코 대사가 지난 9일 모로코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모로코 6·25 참전용사 사진전’에서 장 크리스토프 베르트랑 모로코 외교재단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전시회에서 공개된 모로코인 참전용사 2명의 묘비 사진. 주모로코대사관 제공
정기용(왼쪽사진 오른쪽) 주모로코 대사가 지난 9일 모로코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모로코 6·25 참전용사 사진전’에서 장 크리스토프 베르트랑 모로코 외교재단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전시회에서 공개된 모로코인 참전용사 2명의 묘비 사진. 주모로코대사관 제공
정기용 駐모로코 대사

“프랑스군으로 싸운 2명 전사
유족 찾아 韓 초청하고 싶어
모로코에 ‘K-혈맹’ 붐 불기를”

부산 유엔군 묘지서 신원 확인
다른 아프리카 참전국도 찾길


“6·25전쟁에 프랑스군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해 부산 유엔군 묘지에 묻혀 있는 모로코인 전사자 2명을 찾았습니다. 지금 전사자 유족들을 찾고 있는데, 그분들을 꼭 찾아 한국에 초청하고 싶습니다. 내년이 한국-모로코 수교 60주년인데, 모로코에 ‘K-드라마’ ‘K-팝’을 넘어 ‘K-혈맹’ 붐이 불길 바랍니다.”

정기용 주모로코 대사는 23일 문화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프랑스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모로코 참전용사’를 처음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53년 7월 4일과 1952년 7월 18일 각각 사망한 모로코계 유대인 지안 줄리앙과 페즈 출신의 모하메드 랜드리. 모로코는 6·25전쟁 공식 참전국이 아니지만, 이들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군 소속으로 참전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사는 5개월 전 모로코에 부임한 뒤 6·25전쟁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모로코 정부·프랑스군 등과 기나긴 협조 과정을 거쳐 부산 유엔군 묘지에 묻힌 ‘숨겨진 영웅’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정 대사는 “모로코 국민 한 분이 본인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며 관련 건강기록부와 기록들을 보내 왔지만 검증이 어려웠다”며 “결국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 전사자 명단 중 아랍계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추려 그중 모로코 출신 전사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프랑스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이는 약 3500명. 정 대사는 “프랑스군에서 관련 자료를 받는 대로 하나하나 확인해 모로코인 전사자를 추가로 찾아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모로코 참전용사 공식 확인은 한국-모로코 간 외교관계 개선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때 유엔 공식 참전국 22개국 외에도 직간접적으로 한국을 지원한 국가는 51개국에 달한다. 최근에도 6·25전쟁 당시 미국군 소속으로 우리를 도왔던 멕시코인 참전용사 10만 명이 재조명되며 멕시코를 공식 참전국으로 인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정 대사는 “최근 모로코 하원의장을 만나 참전용사 발견 소식을 전하니 ‘이런 역사가 있다는 게 놀랍다. 한국과 모로코 간 외교관계가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고, 모로코 외교장관 역시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전쟁 70년이 지난 뒤에도 참전용사를 찾아서 유족 등을 지원하는 게 한국 외교에 중요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모로코 참전용사 확인을 계기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튀니지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참전용사도 찾을 수 있길 바란다”며 숨은 ‘아프리카의 참전 영웅’ 발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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