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당정 협의를 열고 “내년 부동산 관련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제대로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얄팍한 편법과 꼼수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 세(稅) 부담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 돼 왔다. 전문가와 언론이 수없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내놨지만, 그때마다 “기득권 세력이라서 저런 얘기를 한다”면서 들은 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안 오르자 갑자기 “부동산 보유세 부담 증가를 1년 유예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당정협의를 마친 뒤 “공시가격 상승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세 부담 상한을 설정하거나,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 적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세법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등록세)가 동시에 급증하도록 이미 설계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자면, 핸들을 왼쪽으로 끝까지 돌린 뒤, 바퀴를 해머로 때려서 강제로 오른쪽으로 트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 부담을 왜 1년만 유예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은퇴한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종부세를 미친 듯이 올릴 때 전문가들이 이미 수도 없이 지적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종부세 부담이 폭등하지 않도록 법 자체를 고치는 게 정도(正道)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느닷없이 ‘납부를 1년 유예해준다’고 한다. 1년 유예해주면 그 뒤에는 은퇴한 고령자가 아무 문제 없이 폭증한 종부세를 낼 수 있게 되는가. 요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도 1년 유예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의 매물을 늘리려면 거래 단계의 세금인 양도세 등을 낮춰야 한다”고 수없이 제안한 것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양도세 세율을 낮추도록 법을 고치는 것이 옳은 길인데, 그런 얘기는 전혀 없이 갑자기 시행을 1년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요즘 온갖 세금의 1년 유예를 주장하면서도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폐기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토보유세라는 ‘초대형 부동산 세금 폭탄’ 공약을 유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도 적용해 세 부담 증가를 막아주겠다고 하니 국민이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세금을 급격히 늘리는 기존 정책은 그대로 둔 채 이해관계에 따라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에 적용한다는 식의 꼼수를 남발하면 현 정부든, 차기 정부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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