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令夫人)은 보통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을 3인칭으로 높여 부르는 말인데 법적으로는 ‘대통령 배우자’로 불린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의 경호 대상에 ‘대통령과 그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나 책임, 보수 등의 규정은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하고 미성년 자녀들이 청와대에서 생활하면서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 아들을 영식(令息), 딸을 영애(令愛)로 부르는 것이 국민에게 익숙해졌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영식·영애는 물론 영부인도 점점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외국에서는 ‘퍼스트레이디(first lady)’로 통칭된다.
역대 대통령 12명 가운데 결혼을 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11명은 모두 기혼 남성이다. 이들 배우자 11명은 다양한 사회활동은 했지만,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처럼 근무지로 출근하거나 특정 업무를 수행하며 임금 노동을 했던 영부인은 없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는 사회운동가로서 기생관광 반대, 원폭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결혼 전부터 여성·사회운동을 했던 운동가 출신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는 재임 중 새세대심장재단을 만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퇴임 후 공금횡령 등으로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세계화 운동을 주도했는데 부처를 동원하면서 문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인도를 방문해 독자적인 외교활동을 펼쳤는데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역대 영부인들은 특정한 아이템을 잡아 ‘펫(pet) 프로젝트’를 가동했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재임 중 한 번도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는 등 철저히 내조에만 집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등판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는 가운데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영부인이라는 말도 쓰지 않겠다고 한다. 대선 전략도 가미됐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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