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말~유럽 가스관’ 중단 계속
크리스마스 앞두고 난방 비상
러, 노골적으로 ‘에너지 무기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포기’ 등
협상서 유리한 고지 선점 속셈

푸틴, 오늘 기자회견서 입장발표


러시아가 내년 초 미국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대면 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러시아가 사흘째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나온 주장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이 노골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겨울에 들어선 유럽은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23일자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매는 통상 전날 이루어진다. 이에 가스 공급 중단 사태는 21일, 22일에 이어 사흘째 이어지게 됐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의 주요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21일 메가와트시(㎿h)당 사상 최고가인 180유로까지 치솟았고 22일 가격은 165유로로 소폭 하락했으나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에 당장 추운 겨울이 닥친 유럽 국가들은 비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으며,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스 가격 급등이 영국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미국, 나토와 내년 1월에 안보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영 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초 러시아와 미국 대표 간 양자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역시 1월에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 안전 보장 협정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안전 보장’은 △나토의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내 군사활동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상호 영토 타격권 내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으로,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구권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에 러시아가 천연가스라는 필수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정치적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가스 공급 중단 조치는 독일이 승인을 미루고 있는 러시아와 독일 간 가스관 노드스트림2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됐다.

크렘린궁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노드스트림2와 연관은 전혀 없다. 순전히 상업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연례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어 천연가스 공급 문제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관한 언급에 주목된다. 이날 회견은 화상으로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대면으로 진행되며 총 507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해 약 3시간 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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