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끌던 검찰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부정선거개입,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사건의 수사에서 감히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바른 모습이 전통으로 이어지기도 전에, 이를 좌시하지 않은 청와대의 인사에 따라 검찰총장이 교체됐다. 그 후 검찰·경찰이 맡은 권력형 비리사건인 대장동게이트 수사는 허술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축소수사 의혹에 이르기까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의도인지 무능인지도 궁금하다.
대장동게이트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가 합작해 만든 ‘성남의 뜰’이 시행사가 돼 대장동 도시개발을 함으로써 공영개발의 저위험과 민간개발의 고수익 장점이 결합돼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안정적 배당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이를 위해 거액의 뇌물이 오간 사건이다. 성남도공은 안정적 고수익이 예상되는데도 확정 배당금만 받기로 해 동등한 배당참여를 포기했고 초과이익 환수조차 포기함으로써 그만큼 얻을 수 있었던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검찰은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유동규를 공사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배임죄와 뇌물수수·약속죄로, 민간업자 측의 김만배 등을 뇌물공여죄 등으로 구속·기소했을 뿐, 당시의 성남시장 등 성남시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힌 배임행위에 대해서는 수사 의지가 없는 듯하다. 성남도공의 손해는 곧 100% 출자자인 성남시의 손해가 되므로, 만약 성남시장 등이 민간업자의 사익추구에 협력해 그런 손해를 끼쳤다면 이는 성남시에 대한 업무상배임죄(국고 등 손실죄)가 될 수 있다.
다음의 단서들에 비춰 볼 때 성남시장 등의 성남시에 대한 배임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지 않고 이 사건을 덮을 수는 없다. 첫째, 성남시장은 위 사업 관련 인·허가권을 쥐고 있었고,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한 것을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적도 있다. 성남도공이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성남의 뜰)을 시행자로 지정해 도시개발사업을 위탁하는 문서를 비롯, 민간업자의 수익 증대를 위한 공동주택 용적률 상향, 임대가구 수 축소 승인 문서 등 12건의 사업시행 관련 문서에 성남시장이 직접 결재했다. 김만배도 민간업자들의 사업은 성남시의 정책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
둘째, 성남도공 초대 사장으로서 위 사업 추진에 협력하지 않다가 사임한 황무성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성남시장은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 유한기를 통해 자신의 사임을 종용했고, 그 사임에 따라 사장직무를 대행하게 된 유동규는 민간업자 선정 등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셋째, 민간업자에 대한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하는 데 담당 공무원들의 이견이 있었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묵살됐다. 넷째, 사건 수사 도중 유한기는 지난 10일, 초과이익 환수 포기 당시 성남도공 개발사업1팀장으로 관여했던 김문기는 지난 21일 석연치 않게 사망해 주요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 검찰은 재직 중 불소추특권이 있는 현직 대통령조차도 뇌물죄·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한 적이 있다. 하물며 현재 여당의 대선 후보라고 해서 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못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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