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신용도 높이기 위한 계좌 제공은 대출 실행 대가로 보기 어렵다”

거래실적을 늘려 신용등급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을 도와주겠다는 말에 속아 대부업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와 공인인증서 등을 제공한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대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부장 이영훈)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45)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 3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은 뒤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A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 씨는 자신이 대부업체 직원이라며 “2∼3일간 집중적으로 은행 현금거래실적을 늘리면 대출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데, 거래실적을 늘리려면 계좌 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 씨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비밀번호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며 신 씨를 안심시켰고, 신 씨는 자신의 은행계좌에 연결된 공인인증서·계좌번호·비밀번호·신분증 사진 등을 A 씨에게 넘겼다. 이후 신 씨는 자신의 계좌에 거래내역이 많이 발생하자 수상한 낌새를 느꼈고, A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A 씨는 답장이 없었고, 신 씨는 급히 계좌 비밀번호를 바꿨다.

전자금융거래법상 대가를 요구하거나 약속하면서 통장이나 카드 등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접근매체를 주고받는 행위 등은 제6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판부는 신 씨의 접근매체를 제공한 행위가 관련 법에서 명시한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신용도 제고 등 자신의 대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접근매체를 넘겼을 뿐 자신의 접근매체를 대출과 상관없는 금융거래에 사용하는 행위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고, 피고인의 접근매체를 제공한 행위를 대출 실행에 따른 대가로 보기도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전세원 기자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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