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 체이스 퍼디 지음, 윤동준 옮김 | 김영사
5개국 30여 업체 치열한 경쟁
맛·식감 비슷… 육즙까지 생생
빌 게이츠·리카싱 등 거액 투자
기후변화·식량위기 해결책 주목
일각선 “안전성 검증안돼” 지적
높은 가격·대중의 거부감 숙제
세포 배양육 산업을 다룬 논픽션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세포 배양육은 살아 있는 소나 닭에서 미세 세포를 채취해 멸균 환경에서 배양한 고기를 뜻한다. 국내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콩고기’ 같은 식물성 대체육보다 한 걸음 나아간 개념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JUST)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2011년 창립된 이 회사는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비건 소스와 식물성 액상 달걀로 이익을 거둔 뒤 몇 년 전부터 세포 배양육 생산에 뛰어들었다. 저스트를 비롯해 미국·이스라엘·네덜란드·일본 등 4~5개국 30여 개 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홍콩 재계 거물 리카싱(李嘉誠) 등 내로라하는 재력가들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까지 투자한 상황. 푸드테크 기업가들은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과학기술을 활용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현대 식품 공급체계가 지닌 비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기업형 농장 시스템에 바탕을 둔 축산업은 ‘동물 복지’라는 윤리적 명제를 거스르는 것은 물론 인류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세계 축산업이 내뿜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이는 차량·선박·기차·비행기 등 여러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많은 수치다. 푸드테크 기업 종사자들은 세포 배양육이 기존 재래식 고기와 비교해 에너지 사용량은 45%, 온실가스 배출량은 96%까지 낮출 수 있는 ‘청정육’이라고 강조한다. 막대한 투자금으로 수년간 개발을 진행한 덕분에 ‘맛’과 ‘식감’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세포 배양으로 만든 닭고기를 시식해본 저자는 “육즙이 생생하게 흘러나올 뿐 아니라 여러 가닥의 실이 떼어지듯 고기가 겹겹이 쪼개지는 기술을 구현했다”며 감탄한다.
이런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급 인력과 최첨단 기술이 투입되는 탓에 산업이 태동한 2013년 무렵엔 배양육 500g 생산에 무려 120만 달러가 들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싱가포르 당국으로부터 첫 시판 승인을 받은 지난해에도 치킨너깃 한 조각이 50달러에 달해 좀 더 폭넓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데 업계도 동의하고 있다. 축산업계의 극렬한 반발 역시 시장 출시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세포 배양육 개발이 가장 활발한 미국의 각종 육류협회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떼어 만든 고기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가짜 고기(fake meat)’”라며 정부가 푸드테크 기업을 위한 규제 해소에 나서지 않도록 전방위적 로비를 펼친다. ‘첨단 고기’를 기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축산업계는 ‘청정육’이라는 용어에도 딴지를 건다. 친환경적 색채를 강조한 청정육이란 표현엔 ‘재래식 고기=더러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낮아지고, 규제가 풀리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반 대중이 아무 거부감 없이 ‘실험실 고기’를 식사 메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세포 배양육을 둘러싼 논의는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식단에 대한 근본 정서를 뒤흔들고, 고기를 ‘자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구해도 괜찮은가”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푸드테크 회사들은 안전성을 자신하지만, 상용화 이후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은 지난 1932년 한 잡지 기고문에서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우리는 날개와 가슴살을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기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할 필요 없이 적절한 도구로 각 부위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로부터 90년.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과 ‘전통 식문화에 대한 옹호’가 맞부딪치는 상황을 목전에 둔 지금, 저자는 세포 배양육이 갖은 우려를 불식하고 ‘혁명의 선도자’로 부상하길 기대하며 이렇게 결론 맺는다. “만약 실패한다면 기후위기를 벗어날 유망한 해결책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성공을 거둔다면 혁명의 시작일 수 있다.” 280쪽, 1만68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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