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일산호수마라톤클럽 신미숙

두 달 전, 딸아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로 예식에 참석 가능한 하객 수가 신랑, 신부 양가를 합해 99명으로 제한되던 상황이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도 제대로 연락을 못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알리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산호수마라톤클럽 신미숙 선배님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딸의 결혼을 축하해 주셨다.

운동하다가 마주치면 말없이 조용한 미소를 보내주시던 선배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는데 축의금을 받고 나니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는 애경사를 알리는 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서로 쉬쉬하며 모른 척하고 지나가기도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평소 무뚝뚝한 후배를 어여삐 봐주시고 애써 챙겨주시는 선배님을 보면서 그동안 보고 들었던 그분의 인품에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선배님은 100회 이상의 풀코스 완주는 물론 100㎞ 울트라 마라톤도 10회 완주 기록을 보유한 대단한 분이시다. 환갑을 넘기셨지만, 선배님께서는 붉은 동백꽃같이 곱고 가녀린 몸으로 지금도 후배들 못지않게 열심히 운동하신다.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예전부터 그런 강인한 체력을 가진 건 아니라고 한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엔 육아도 버거워할 만큼 약골 체질이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뒤 아픈 데가 없어졌고, 몸이 바뀌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났다고 한다.

선배님은 신도들과 함께 주말마다 소외계층을 위한 식사 대접 등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을 위해서도 아낌없이 헌신하는 ‘자봉 천사’이기도 하다. 2017년 춘천마라톤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던 중, 첫 풀코스에 도전하던 후배가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지자 응급조치를 해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동반주를 했던 일화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뿐 아니라, 그해 12월 마지막 날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정기훈련 때는 밤새 혼자 100인분의 떡볶이를 준비해서 회원들에게 나눠주시기도 했는데 그 정성스러운 마음과 따스한 인품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얼마 전 모임에 갔을 때 현직에서 물러난 친구들이 ‘농사와 봉사는 도저히 못 할 것 같다’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었다. ‘봉사’라는 것이 그만큼 힘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리라. 감히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선배님처럼 투명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싶다. 내 가까이 본받고 싶은 분이 있다는 것이 큰 복이란 생각이 든다.

딸아이 예식이 있던 날, 선배님은 그날도 마침 마라톤 동호회 후배 문상 참석차 광주에 가시는 바람에 결혼식장엔 참석하지 못하셨다. 이후로 운동하면서 얼굴을 뵈었는데도 스치며 인사만 하고, 어영부영 식사 대접도 못 한 채 두 달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선배님께 그저 죄송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리려고 사놓은 로제와인과 귀리쿠키를 이번 주에는 꼭 전해드려야겠다. 신미숙 선배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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