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두 개의 동인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과 코로나19의 유행이다. 환경과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 이 변화는 이전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채택, 원격-비대면 기술로의 전환을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가속하고 있다.
원격으로 전기안전을 점검할 수 있도록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1974년 현행 전기안전 점검체계 수립 이후 지속되던 전통적인 점검체계에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에 있어 안전이라는 필수조건을 담보하고,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점검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과거 1∼3년 주기로 가구별로 방문해 전기안전을 점검하던 방식에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이용한 실시간 원격점검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시도 전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생각해 볼 때, 3년에 한 번 실시하는 안전점검만으로 안전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그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에서, 원격점검을 통한 실시간 전기안전관리제도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는 원격으로 전기안전을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기반만 마련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안전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과전압·과전류, 누전 등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센서의 기술적인 품질이 담보돼야 한다. 점검 신뢰도가 낮아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오작동으로 인해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위험 신호가 자주 발생한다면 오히려 안전관리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준 설정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음으로 IoT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적절하게 분석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가 없도록 비식별화한 데이터를 공공에 개방하고 더 나은 알고리즘을 함께 찾아간다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 신호 감지 시 사후 대응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전기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실질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등, 신호등과 같이 안전사고 확률은 낮으나 관리 대상 기기의 수가 많아 점검에 많은 인력이 투입됐던 상황을 원격점검을 통해 개선한다면, 현재와 동일한 인력을 활용하더라도 사고 대응 역량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전기안전 분야에서 대규모 원격점검을 시도해 본 국가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스마트’한 안전관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원격점검이 안정적으로 확대·보급된다면 국내 안전관리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안전관리 기술 수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세계 시장에 전기안전 원격점검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급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