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20세기 산업화·민주화 대약진
2022년 세 번째 퀀텀 점프 도전
정부 아닌 민간 주도하면 성공

기업 기술·제조 능력 세계 최고
2030은 디지털 세상 무한 역량
정치가 발목 못 잡게 합의해야


원자(原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낮은 궤도에서 갑자기 높은 궤도로 뛰어오른다. 예상된 경로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위치 A에서 위치 B로 순간 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도약을 물리학에서 퀀텀 점프(Quantum Jump)라고 부른다. 경제학에서는 단기간의 비약적 실적 호전을 의미하는 용어로 차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대약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세기에 두 번의 퀀텀 점프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1961년 5·16 이후 박정희 정부가 20년간 정부·대기업 주도로 이룩한 산업화다. 두 번째는 1980년 12·12 이후 등장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반독재 투쟁, 직선제를 통한 노태우 정부 등장, 김영삼의 문민 정권 수립, 김대중의 여야 정권 교체 등 20년 세월을 통해 얻은 민주화다. 전 세계에서 40년은커녕 한 세기 동안에도 산업화·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없다. 경제와 정치에서의 20년은 물리학에 나오는 ‘진공 중 빛의 속도’와 같다.

21세기로 접어든 뒤 2002년 대선 이후 20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는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이루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특권 없는 사회,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 박근혜 정부가 복지 국가를 내세워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포스트 산업화·민주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2022년은 또 다른 20년을 여는 분기점이고 또 한 번의 퀀텀 점프에 도전해야 하는 출발점이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치가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까지는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오히려 정부와 정치의 경쟁력이 민간에 훨씬 뒤처지고 있다. 따라서 다음 단계의 퀀텀 점프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둘째,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신뢰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 기업인은 “대선 과정에서 G7, G5 공약이 나오는데, 사실 우리 기업은 현재 그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배터리·통신·바이오·소형원자로 같은 최첨단 기술과 제조 능력을 모두 갖춘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정치권의 집요한 규제와 발목잡기만 없었어도, 우리 기업은 세계 시장을 휩쓸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셋째, 2030 세대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 2030은 대부분 우리나라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이후에 태어났다. 세계 어느 나라, 누구와 만나도 기죽지 않는다. 앞선 세대에 물려받은 높은 지능지수(IQ)에 치열한 경쟁이 더해져 수학·과학·독해 등 학습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고민이 많다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대학교수도 있다. 청년세대가 집단으로 ‘돈독이 올랐다’는 이유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주식·코인 투자를 하다가 최근에는 창업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삼성·현대도, 네이버·카카오도 아닌 당근마켓과 두나무다. 앞으로 2030들이 상상도 못 한 벤처기업들을 전 세계에 선보일 것이다. 대중문화에서는 이미 BTS와 블랙핑크가 세계를 제패했다.

넷째, 기성세대는 디지털 세상의 주도권이 넘어간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는 스무 살에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스티브 잡스는 스물한 살에 애플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벤처의 요람 페이팔의 CEO가 된 것은 스물아홉이었고, 서른한 살에 스페이스 엑스, 서른둘에 현재 세계 최대 기업이 된 테슬라를 창업했다. 디지털 공간은 4050과 6070이 아무리 공부해도 2030을 앞서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걸 인정하고, 과감하게 2030에게 넘겨야 한다.

2022년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3·9 대선이다. 안타깝게도, 여야 후보와 당은 서로 ‘못난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주제넘게 민간 영역을 가르치고, 통제하려 한다면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정부 역할은 최소화하고 민간 영역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3번째 퀀텀 점프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건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