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빚어 유감스럽다”면서도
“적법한 수사” 기존주장 되풀이
野 “공수처 해체” 공세수위 높여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기현 원내대표를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다수에 대해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은 “정치 사찰이자 민간인 사찰”이라며 “공수처 해체”를 주장하는 등 갈수록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공수처는 24일 불법 사찰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적법한 절차였고 통신조회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변명만 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 사과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국민의힘 내 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은 21명으로 집계됐다. 현역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김미애·김승수·김은혜·김태호·박수영·박성민·서일준·유경준·윤한홍·이양수·이철규·조수진·정동만·최승재 의원 등 현역 의원 20명이었다. 여기에 장능인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청년보좌역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다. 당 원내대표까지 공수처 사찰 대상이 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와 책임자 처벌 요구에서 공수처 해체 주장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수처는 본지 기자 9명을 포함 언론인, 야당 정치인 등 100여 명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등 무분별한 ‘저인망식 통신조회’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언론사 기자의 어머니·동생, 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 이사 3명,‘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 통신조회 관련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양홍석 변호사 등 공수처 수사 대상자와 일면식도 없는 민간인들도 사찰 대상으로 포함돼 논란은 ‘언론 사찰’에서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한층 커졌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적법한 절차였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며 본인의 통신조회 사유를 묻는 피해자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23분께 A4 용지 반쪽 분량의 ‘공수처 입장문’을 통해 “최근 기자 등 일반인·정치인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법조계에선 ‘눈 가리고 아웅 식’ 사과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입장문엔 “적법하게 진행했다”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수사 절차”란 표현이 곳곳에 들어갔다. 또 “통신자료 확인이 불가피했다”는 변명도 담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감을 표명한 사과문이라고 하기엔 자기변명이 많다”며 “적법한 수사 절차였고 불가피했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수처는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통신조회 사유에 대해선 여전히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에서도 “수사기관으로서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공수처가 진정으로 무차별한 통신조회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면, 피해자들에게 통신조회 사유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윤정선·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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