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왼쪽)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호웅 기자
김부겸(왼쪽)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호웅 기자

■ ‘文대통령, 박근혜 사면’ 배경

‘사면불가’ 원칙 스스로 뒤집고
표심·퇴임후 대비 고려한 듯
박범계 “朴건강, 중요한 기준”

野, 환영 속 정치적 의도 의심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수차례 밝혀온 전직 대통령의 사면 조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긴박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최근 악화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부정적인 의견과 ‘5대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 불가’ 공약을 스스로 뒤집으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지층에서 거센 반발이 이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퇴임 후 정치적 상황을 대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신년 맞이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 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고려대상이었냐는 질문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답했다.

한 여권 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를 고려한 사면에는 부정적이었다”며 “최근 문 대통령에게 보고된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사면 결정의) 중요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4년 9개월가량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어깨 질환과 허리 디스크 등 기존 지병 외 최근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무부 등은 형 집행정지를 검토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신청하지 않아 특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사에서 제외된 것 역시 건강 상태가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는 방증이라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배제되고 대신 여권에서 그간 요구해 온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두고 ‘사면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이 지지층에서부터 나온다. 주초 열린 법무부의 사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막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박 장관은 “사면은 국가원수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사면심사위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진심 어린 사과와 국민 공감대’라는 문 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전제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실시된 채널A의 여론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가 43.7%로 찬성(39.2%)에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다.

민병기·정철순 기자

관련기사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