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개발 제재할 명분 약화
중동정세 파문… 美, 제재 검토

바이든 ‘신장 노동금지법’ 서명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미·중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중동에서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탄도미사일을 제조 중인 정황이 포착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검토 중이다. 사우디의 미사일 개발은 중동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란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통과 일주일 만에 중국 신장(新疆)에서 생산된 제품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

23일 CNN은 관련 첩보에 정통한 소식통 3명과 위성사진을 토대로 사우디가 최소 1곳의 시설에서 탄도미사일을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성이미지업체 플래닛이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우디 중부 알 다와드미 시험장에서 탄도미사일 제작 관련 엔진 연소 실험이 이뤄진 징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CNN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최근 몇 개월간 중국과 사우디 간 탄도미사일 기술의 대규모 이전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기밀정보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과거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구매한 적이 있으며, 미 정보기관은 2019년부터 두 나라 간 탄도미사일 관련 협력 정황을 포착해 관련 정보를 수집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중동 내 최대 동맹이자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중국과 손잡고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선 사실은 중동 정세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미국 등이 진행 중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핵합의) 복원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이란 핵·미사일 개발 저지 명분도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주의·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사우디 무기수출을 제한하고, 사우디는 미국의 원유증산 요청을 거절하는 등 양국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중·사우디 밀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탄도미사일 기술 이전에 관련된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新疆)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법안이 지난 8일 하원, 16일 상원을 통과한 지 일주일 만이다. 법안은 신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입증하거나, 관세국경보호국(CBP)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신장은 태양광패널 주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의 45%, 면화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지역인 탓에 재계 반대가 컸지만 정치권은 압도적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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