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정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공식 발표

관방장관 “정부대표단 안보내”
올림픽 관계자·선수만 참석
美 의식한 아베 입김 작용한듯


일본 정부가 고심 끝에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24일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일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발표 이후 18일 만에 내린 결정으로, 명분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 정부의 신장(新疆)위구르 및 홍콩 인권 탄압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정부가 미국의 암묵적 압박 속에서 결국 동맹인 미국과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 여부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도쿄(東京)의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패럴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6일 미국의 첫 외교적 보이콧 선언 이후 영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리투아니아·코소보에 이어 8번째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나 정치권 인사로 구성된 공식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의 결정에는 집권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조회장 등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강경파는 중국의 신장·홍콩 인권 문제를 이유로 기시다 내각에 외교적 보이콧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23일 아베 전 총리와 약 25분간 회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아베 전 총리는 외교적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기시다 총리에게 재차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당초 일본 정부 내에선 각료보다 격이 낮은 무로후시 고지(室伏廣治) 스포츠청 장관 등을 파견하는 안도 거론됐지만, 자민당 측의 강력한 요구가 결국 관철됐다”고 전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이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일본의 동참 여부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국익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겠다”고 말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해왔다.

다만, 일본 정부는 불필요한 중국 자극은 최대한 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외교적 보이콧 선언을 기시다 총리가 아닌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참의원 의원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과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의 올림픽 참가는 허용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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