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69) 전 대통령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한 데 이어 문 정권의 적폐 청산 주범으로 몰려 온갖 수모를 당한 뒤 징역 22년형 등을 선고받고 4년 9개월째 수감 생활을 해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2년여 수감 생활을 한 것과도 비교된다. 최근에는 건강이 더욱 악화해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선, 시기와 절차에서 문제가 많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불과 75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략적으로 보인다. 이런 오해를 피하려면, 최소한 올해 초 여당 대표이던 이낙연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을 때 단행하는 게 옳았다. 그랬으면 국민 화합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리쳤고, 이 전 총리만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는 게 타당하다. 여야 후보들이 나름의 공약을 하고 대선 이후에 단행하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에 의한 전·노 사면은 그렇게 이뤄졌다.

둘째, 문 정부의 ‘적폐’가 박 정부에 비해 더 심각한 것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이른바 ‘최순실 비리’에 비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탈원전 과정의 위법성, 수사 기관의 코드화, 블랙리스트 문제 등 국가의 근간에 관련된 혐의가 많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 문 대통령 퇴임 이후의 면죄부를 노린 것은 아닌지 등의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그러나 현 정권과 관련된 비위 수사와 사법 처리는, 최소한 전임 정부 척결과 같은 기준으로 성역 없이 진행돼야 한다.

셋째, 박 전 대통령 재임 중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정당 해산 결정까지 한 옛 통진당 국회의원이자 혁명조직(RO)의 총책인 이석기 씨를 가석방한 것은 상징적이다. 체제전복 사범의 가석방을 희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석기 가석방에 대해서는 그 구체적 사유를 분명히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특히 자신의 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여부가 중요하다. 아직 추징금을 못 낸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복권도 마찬가지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헌법도 ‘법률에 따라’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국민 화합과 법치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실(情實) 사면’이라면, 그 자체로 직권남용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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