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 마술사가 있다?”
좀 특이한 이력이지만, 사실입니다. 현재 저는 VIP 손님을 대상으로 다양한 절세 컨설팅을 제안하는 세무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그만큼, 아니 세무사보다 오랜 이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마술’이라는 특기입니다. 입행하면서 은행에 긍정적이고 밝은 문화를 만들어 보고자 마술동호회를 만들어 10년 넘게 운영하며, 행내 직원 행사뿐 아니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한 기부활동 등 마술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런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많은 분 중 특별한 한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20대 초반, 남들보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음에도 대학생활을 즐긴다며 단발머리를 하고, 춤추고 술 마시며 놀러 다니던 철없던 아이. 입영 영장을 신청하고 평소처럼 친구들과 놀던 어느 날, 항상 제 곁에 계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이로 인해 평화롭던 가정에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평생을 가정주부로만 살던 어머니는 일터로 나가시고, 군 입대를 앞둔 저도 입대를 연기하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았죠.
고생한 끝에 세무사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스터디그룹에서 김정균 세무사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이 드신 분들과 스터디를 해야 하나’라는 반감(?)이 있었지만, 하루하루 함께 공부하며 힘든 수험생활 속에 많은 의지와 힘이 돼주셨습니다. 인생이 그렇듯 저는 보기 좋게 2차 시험에 낙방했습니다. 아마 그 시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사병으로 군대에 가게 된 상황!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말없이 지켜주고, 제가 삐뚤어지지 않게 다잡아주신 선배님.
2004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 춘천 가는 기차에 군에 입대하는 저와 함께 올라타 끝까지 함께해 주시고, 2년 내내 저 대신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안부 인사와 명절선물까지 챙겨주신 마음 따스한 분. 저는 이 고마운 마음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전역 후, 다음 해 30세에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 하나은행에 입행했습니다. 월급을 받아 그동안 고마운 마음에 식사 대접이라도 하려 하면, 선배님은 항상 저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꼭 그 사람에게 갚아야 하는 건 아니란다. 네가 받고 느낀 그 사랑의 마음을 너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풀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
정균이 형! 앞으로도 제 곁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켜주세요. 제가 조금이나마 반듯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형님이 계셔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환주 하나은행 차장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QR코드 : 독자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