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나오자 봉쇄 푼 선진국들
잇단 변이 공격에 다시 봉쇄로
‘자국 우선’에 국가별 백신격차
아프리카 접종완료율 9% 미만
코로나19가 등장하고 우리의 일상을 바꾼 지도 이제 2년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1년 차에는 언젠가는 종식되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았다. 이에 세계 각국도 ‘일시적 조치’라는 것을 전제한 채 일제히 봉쇄 정책을 선택했다. “인류를 코로나19로부터 구해낼”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되자 영국 등 선진국들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봉쇄를 풀었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을까. 2021년 12월 현재, 알파, 베타, 델타 등에 이은 오미크론 변이의 공격으로 다시 각국은 봉쇄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알약 치료제가 나오고 한 줄기 희망이 생겼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의 40%는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뒤를 이은 추가 변이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라는 것만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시계 제로’가 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에 1년 전부터 코로나19 대응 회복력 순위를 매겨온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대응 MVP 국가는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코로나19 발병 2년을 다룬 기사에서 9·11테러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비교했다. 9·11 테러 이후 항공편 보안검색이 강화되는 등의 변화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과 마찬가지로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 역시 영구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더욱 밀접해지고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붐비는 상황 속, 코로나19 이후 또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하리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팬데믹은 돌아갈 수 없는 출입문과 같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영원한(eternal)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CNBC는 내년 언젠가 팬데믹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어진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각국의 방역 정책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방역 정책을 취한 국가는 중국인데, 처음 코로나19가 발견된 우한(武漢) 지역을 곧바로 봉쇄한 데 이어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확진자 1명이 나왔다는 소식에 3만4000명을 디즈니랜드에 사실상 ‘가두고’ 일제히 검사를 실시할 정도다. 반면 대다수 국가는 백신 접종 시작에 맞춰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했는데 가장 빨리 전환한 곳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일반 대상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다시 봉쇄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아프리카는 팬데믹 초기부터 사실상 ‘무대책’으로, 55개국 중 백신 접종률 40%를 넘긴 국가는 6개국, 10%를 넘긴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다.
각국의 코로나19 대응력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봉쇄 정책을 펼쳤던 뉴질랜드와 대만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올여름부터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하자 높은 백신 접종률과 경제 활동의 정상화를 결합한 스위스, 노르웨이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초창기 적은 확진자 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K-방역도 마찬가지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그나마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소식이 한 줄기 희망으로 기대되지만 빠른 공급은 어려워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전 지구적 재앙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협력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영국에선 18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부스터샷까지 맞았고 이스라엘 등에선 4차 접종 이야기도 나오는 반면,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아직도 9% 미만으로, 국가별 백신 격차는 심각한 상황이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세계적 공급망 대란은 각국을 ‘자국 우선주의’로 내몰았다. 선진국에서의 부스터샷보다 전 세계인의 1차 접종이 먼저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외침은 허공을 맴돌고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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