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고민
5년간 일한 회사에서 늘 최선을 다했고, 실적이나 팀원 내 평가가 모두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업무와는 다르다 보니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원하던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게 됐어요.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팀장님이 서운해하실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어요.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몇 개인데 이런 때에 회사를 떠나다니 이기주의자라고 하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퇴사했다가 창업해서 망한 선배, 퇴사한 직후에 암에 걸린 동료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저주를 퍼붓는 겁니다. 팀장님이 시켰는지 다른 직원들도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퇴사하는 날까지 어떻게 버틸까요. 그래도 5년간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마지막에 저에게 이럴 수 있는지 씁쓸합니다.
A : 미련 없이 떠나기에 더 좋은 상황 됐다고 생각을
▶▶ 솔루션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어쩌면 감사한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이직하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는 속상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 같은 팀에서 내 몫을 착실히 해내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겠지요. 있을 때 잘하라고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죠. 막상 떠난다고 하면 아쉬움, 서운함,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팀장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서운함을 좀 더 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했다면 사직서를 내는 입장에서 훨씬 마음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지금 헤어지더라도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회사를 떠나 삶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하다니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 있지요.
만약 팀장님이 화를 내는 대신 나를 격려해주는 성숙한 태도로 대처했다면 지금 마음이 어떨까요. 진정 하고 싶었던 업무가 아니더라도 5년간 몸담았던 곳인데, 아마 떠나기 아쉬울 것입니다. 결말이 안 좋은 이런 상황을 내가 택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어쩌면 더 좋은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돌변한 태도 덕분에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으니까요.
‘철인황제(哲人皇帝)’로 유명했던 로마 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골치 아픈 사람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으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나를 해칠 수 없습니다. 배신감이든 불안이든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의 감정은 그들이 알아서 책임지도록 두면 됩니다.
어차피 끝이 안 좋은데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수도 있을 텐데요. 우리는 결말을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요. 그러니 새로운 회사에 가서도 어차피 안 좋게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싫은 과거도 좋은 과거도 반복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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