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전기차 시대에 한국산 배터리(K-배터리)가 잘나간다. 그렇지만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중국산 원료·중간재에 대한 너무 높은 의존도가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이 주도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류다. 4대 핵심은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이다. 양극재는 니켈·코발트·망간 같은 희토류를 섞어 만들고, 음극재는 흑연이나 실리콘으로 만든다. 중국이 이들 원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문제다. 재료비 비중이 가장 큰 양극재는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7%나 된다. 전해질은 71%, 음극재는 66%, 분리막은 54%다. 더구나 중국은 1차 가공 시장도 좌지우지한다. 사실상 중국 없이는 배터리를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최근 삼성·LG 등이 배터리값을 10% 안팎 올렸거나 올릴 예정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남미·아프리카 등에서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싼값에 싹쓸이한 후 1차 가공품 값을 대폭 올린 여파다.

게다가 핵심 원료 가격도 급등세다. 리튬은 지난해보다 5배 이상 급등하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발트값도 3년 만에 최고치다. 배터리값이 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가 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한다. 배터리값은 2010년 1200달러에서 지난해 140달러까지 급락했지만, 내년에는 인상으로 반전해 100달러 시기가 당초 2024년보다 늦춰질 것으로 블룸버그 등은 전망한다.

K-배터리가 살려면 근본적으로 차세대 배터리로 가야 한다. 원자재 확보가 쉬운 나트륨이온 배터리, 전해질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 또는 그 중간단계인 반고체(젤) 배터리가 대안으로 개발 중이다. 일부 진전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발 자원 리스크가 갈수록 심각하다. 주요 국가 간 자원전쟁이 치열하지만 한국은 밀려나 있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로 몰아세우며 남의 일처럼 외면해 온 결과다. 문 정부는 지난 27일 희토류 등 핵심 품목 200개를 지정해 관리에 나선다며 뒤늦게 부산을 떨지만 이미 한참 늦었다. 게다가 중국을 추종하며 눈치만 살피니, 제2·제3의 요소수 사태가 터지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기업들만 동분서주하며 안간힘을 쓴다. 내년 출범할 정부마저 자원전쟁에서 밀리면 미래가 없다. 새 정부 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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