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세영 기자의 베이스볼 스펙트럼 - ‘필드밖 사령관’ 프로야구단장의 스토브리그
‘선출 단장’ 선배로 소통이 강점
KIA 장정석, 광주 - 창원 오가며
FA 최대어 나성범 영입 이끌어
‘비선출’ 합리적·결단력 뛰어나
NC 임선남, 공격 루트 다양화
SSG 류선규, 비FA 다년 계약

국내 프로야구 단장은 선수 출신이 주류다. 선수 출신 1호 단장은 박노준(안양대 총장)으로 2008년 2월 히어로즈(현 키움)에 부임했다. 이듬해 민경삼(SSG 사장)이 SK 단장으로 취임했고 이젠 선수 출신 단장이 10개 구단 중 7명이나 된다. KT 이숭용(50), KIA 장정석(48), LG 차명석(52), 한화 정민철(49), 키움 고형욱(50), 롯데 성민규(39) 단장은 모두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두산 김태룡(62) 단장은 대학 때까지 야구선수였다. NC 임선남(43), SSG 류선규(51), 삼성 홍준학(56) 단장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7 대 3.
선수 출신 단장은 처음엔 ‘얼굴마담’쯤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의외의, 아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다수’가 됐다. 민경삼 전 단장이 2010년 SK 우승에 힘을 보태 선수 출신 단장 첫 우승 1호가 됐다. 김태룡 단장이 2015, 2016, 2019년 두산 우승의 밑거름이 됐고 염경엽 전 SK 단장이 2018년, 그리고 올해 이숭용 단장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선수 출신 단장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력. 선수였기에 ‘후배’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코칭스태프 역시 선후배로 꾸려지기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사이에 잡음이 일지 않는다. ‘현장’의 고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FA 영입전에서도 선수 출신이란 인맥, 스킨십을 적극 활용한다. 장 단장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키움 감독을 지냈고 지난달부터 KIA 선수단을 총괄하고 있다. 장 단장은 선임 뒤 곧바로 외야수 나성범의 마음을 끌었다. 역대 FA 최고액(6년간 총액 150억 원)을 제안해 나성범을 데려갔다. 장 단장은 FA 시장이 오픈한 지난달 26일 오후 광주에서 창원으로 넘어가 NC가 원소속 구단인 나성범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숭용 단장은 키움이 원소속 구단인 박병호의 집으로 찾아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고, 박병호는 지난 29일 3년간 총액 30억 원인 계약서에 사인했다.
비선수 출신 단장은 오랫동안 프런트 업무를 처리했기에 합리적이며,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임선남 단장은 나성범이 KIA와 계약하자 재빠르게 FA 박건우를 6년간 100억 원, 손아섭을 4년간 64억 원에 데려와 나성범 공백을 메웠다. 두산 소속이던 박건우, 롯데 소속이던 손아섭 영입에 164억 원을 투자했다. 임 단장은 “전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다 타선의 콘택트, 출루 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대형타자를 잃었다고 거포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공격 루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수주의 균형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다 2012년 NC 창단과 함께 구단 업무를 맡았고, 비선수 출신으로는 드물게 스카우트팀장과 데이터팀장을 거쳐 지난달 승진했다.
류선규 단장은 1997년, 홍준학 단장은 1990년 프런트의 세계에 입문했다. 정통 프런트인 셈. 둘 다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류 단장은 특히 예비 내부 FA에 포인트를 맞췄다. 내년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 외야수 한유섬을 다년 계약으로 붙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비FA 다년 계약을 허용했다.
박종훈은 5년간 65억 원, 문승원은 5년간 55억 원, 한유섬은 5년간 60억 원을 받기로 했다. 류 단장은 내년 시즌 현역 연장을 선택한 추신수(27억 원)까지 4명에게 207억 원을 투자했고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단장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에 오래 남는, SSG만의 전통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성적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포수 강민호를 4년간 36억 원에, 투수 백정현을 4년간 38억 원에 잔류시켰다. 두 단장 모두 오랫동안 프런트로 일했기에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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