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둘러싼 요지경 실태는 이미 수없이 보도됐다. 지난 9월 예산 심의를 앞두고 기획재정부의 정남희 재정제도과장이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을 배분하는 제도하에서는 재원 편중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라며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9일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보고서를 통해 학령인구 1인당 교육교부금이 2060년엔 5440만 원으로 지금보다 5배 넘게 폭증한다면서,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배정 기준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학생 수는 주는데 정부가 지원하는 교부금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정치권과 교원 단체들은 선뜻 나서기 힘들다. 아이들 교육 지원이라는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명분에다 교원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에 내년 교부금도 65조1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6조 원 넘게 늘게 된다. 학령인구는 2020년 546만 명에서 2060년 302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 교육부조차 2030년까지 초·중·고 교사 수를 줄일 계획이다. 반면 시·도 교육청은 교부금이 남아돌아 예산을 많이 쓴 학교에 포상금까지 주는 황당한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중학교 1학년에게 매년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한 대씩 준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현실은 더 황당하다. 교육부와 여당은 교육교부금을 더 늘려야 한다며 법안까지 제출했다. 문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을 추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짧게 밝히는 데 그쳤다. 교육계와 일부 학부모들 눈치를 보며 시급한 개편을 외면하는 것이다. 재정 고갈로 자영업자에 줄 지원금도 모자란 판에 일선 교육청이 돈 잔치나 벌이게 방치해 재앙을 키운다. 문 정부가 일말의 국정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KDI 제안이라도 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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