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30일 국회에 출석해 사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유감 표명도 없이 ‘검찰도 통신 조회를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통신 조회를 계속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더구나 이날 김 처장의 답변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상당 부분 왜곡했다.

김 처장은 올 상반기 검찰의 통신 자료 조회 건수가 59만7000건인 반면 공수처는 135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 건수가 184만 건이라고 가세했다. 검찰이 지난해 처리한 사건 피의자는 221만여 명이다. 피의자 1명당 1건 미만의 조회가 이뤄진 셈이다. 반면 출범 11개월여 동안 12건의 사건을 수사해온 공수처의 통신 조회는 29일 현재까지 273명 411건에 달한다. 12건 모두 피의자가 다수인 조직범죄가 아닌데 사건당 34건 이상의 통신 조회가 이뤄진 것이다.

적법 절차를 지켰다는 주장은 교묘한 쟁점 전환이다. 사찰 의혹의 핵심은 수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 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야당 의원과 언론인, 학자에 대해 무차별 조회를 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검찰 개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0여 명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언론인이나 학자가 공범일 경우 수사할 수 있다는 것도 법리 왜곡이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와 이 고검장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의 경우 부인과 어머니, 친구도 통신 조회 대상이 됐다. 가족들이 이 고검장 등 피의자와 통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기자를 공범으로 간주해 통신 영장을 발부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누설 대상자를 처벌할 수 없는 만큼 영장 발부 자체가 위법일 수 있고, 기자의 통신 상대방에 대한 통신 조회는 언론자유와 사생활 침해로 곧 사찰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