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 심사평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아무도 갖지 않은 것’과 ‘운 모으기’, 그리고 ‘하루’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철거를 앞둔 작은 연구소에서 저마다 짐을 챙겨나가는 과정을 그린 ‘아무도 갖지 않은 것’은 사물과 공간의 묘사가 뛰어났다. 말하자면 사물과 공간, 그 자체가 주제화되는 힘이 있었다. 아쉬운 것은 끝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수’의 존재였다. 그로 인해 ‘정수’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지점이 다소 뻔해져 버렸다는 평이 있었다. 아울러 결말 부분에 등장한 ‘개’의 상징도 그렇게 효과적이진 못했다.

‘운 모으기’는 구성이 튼실한 작품이었다. 사고로 누워 있는 은재와 그의 연인 경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이 소설은, 계급의 문제와 동성애의 문제, 현실 예술의 문제까지, 당대의 여러 현상을 작품 안에 반영하고 있다. 그 많은 것을 압축해서 단편 분량으로 담아내고 배치한 것은 분명 이 작가의 능력이었다. 아쉬운 것은 결말이었다. 은재 없이 경주 혼자 오페라를 보는 장면은 그다지 감동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단순하고 감상적이다, 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손쉽게 처리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주길 바란다.

‘하루’는 응모작 중 가장 묘한 작품이었다. 나와 설란, 그리고 ‘하루’라는 이름을 가진 장년인 세 친구의 하루를 담은 이 소설은, 가야 할 곳으로 직진하지 않고, 딴청을 부리고 잡담을 나누고 무언가를 나눠 먹으면서 느릿느릿 진행된다. 특별한 갈등이나 사건도 드러나지 않은 채 딴청을 부리는 이 작품은 그래서 더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야기였고, 어떤 독특한 정서가 있었다. 그리고 끝내 그 정서가 공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 것도 이 소설이었다. 조금 더 문장을 꼼꼼하게 다듬고(손쉽게 쓴 문장 표현들이 자주 보였다), 에피소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치해낸다면 머지않은 시기, 다시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올해의 당선작은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디즈니랜드 놀이공원에서 얼핏 본 ‘조안’을 찾기 위해 외삼촌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은 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거나 어느 한구석이 잔뜩 구겨진 것만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상처 또한 하나하나 드러나지만 그 태도가 결코 감상적이지 않고 유머러스하면서 절제돼 있었다. 우리는 모두 알라딘이 타고 떠난 양탄자의 밑바닥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잘 떠나보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는 소설이었다. 서사적 완결성과 균형이 돋보였고, 캐릭터의 구축에도 나무랄 곳이 없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 소설 또한 잘 떠나보내고 어서 빨리 또 다른 작품으로 독자 앞에 서길 바라본다.

심사위원 구효서·조경란·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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