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왼쪽) 경남 창원보건소장이 거동이 불편한 주민 집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창원보건소 제공
‘故 이건희 회장 주치의’ 이종철 창원보건소장 6일 퇴임
사스·신종플루 대응했던 경험 지역사회에 나눠야겠다고 생각 임기 연장하며 의료 최전선에
“공공의료, 감염병 대응서 한계 비중 30%까지는 올려야 적당 의료체계 개편 담은 책 써볼것”
창원=박영수 기자
“보건소가 예방접종이나 하는 곳으로 알았지만, 코로나19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핵심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체감하게 됐습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돌출된 많은 문제를 극복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랍니다.”
4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6일 퇴임하는 이종철(73) 경남 창원보건소장은 3일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보건소 등 공공의료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1977년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국내 ‘빅5’ 대형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1994년부터 근무하며 2000~2008년 병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삼성계열 병원·연구소 등을 총괄하는 삼성의료원장을 지낸 의료계 원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치의이기도 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도 지냈다.
화려한 경력의 이 소장은 2018년 2월 고향에서 창원시 5개 구 중 2개 구를 책임지는 창원보건소장(4급)에 취임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민간영역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로 보건소를 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헬스센터로 만들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었다. 이후 2년간 취약계층 방문 진료상담, 치매 예방을 포함한 각종 건강증진 사업에 매진했다. 이 소장은 “치매·정신질환 등을 겪으면서 돌봄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보건소 시스템 개선에 노력했다.
임기가 끝나가던 2020년 1월 무렵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확산하자 그는 삼성서울병원장 때 겪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신종 플루 대응 경험을 지역사회에 나눠야겠다고 생각해 임기를 한 차례 연장하며 어려운 삶을 자청했다.
이 소장은 “코로나19 검사와 역학조사로 직원들과 힘든 2년을 보냈지만, 시민들도 공공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고 부족한 보건소 인력으로 대응하다 보니 역학조사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등 한계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밖에 안 돼 이번 감염병 대응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공공의료 비중을 3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지역민들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파악한 보건소 간호인력과 동네 주치의가 협업한 원격진료 시스템도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퇴임 후 민간병원과 보건소 경험을 바탕으로 비용은 줄이고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개편을 담은 책을 써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