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기여한 데즈먼드 음빌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의 유골이 2일 케이프타운의 세인트 조지 성공회 대성당에 안치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에 기여한 데즈먼드 음빌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의 유골이 2일 케이프타운의 세인트 조지 성공회 대성당에 안치되고 있다.
환경운동 앞장 선 고인 요청따라
화장 대신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
에너지 사용 줄어 온실가스 적어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데즈먼드 음빌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의 장례식이 일반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을 받는 ‘수(水) 분해장’으로 치러졌다.

3일 미국 CNN과 AFP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성공회는 고인의 생전 요청에 따라 투투 대주교의 시신을 친환경적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을 거친 뒤 케이프타운의 대성당에 안장했다고 밝혔다.

‘수 분해장’은 강알칼리 화학약품과 물을 이용해 시신에 열을 가해 유기물 분해를 가속화해 시신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을 거치면 뼈를 제외한 시신은 녹아 액체화되고 유골만 남게 된다. 이 방법은 화장보다 에너지 사용이 90% 적고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다만, 유골을 말린 뒤 분쇄하면 일반 화장보다 뼈가 32%가량 더 많이 남아 더 큰 유골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투 대주교의 장례가 ‘수 분해장’으로 치러진 데에는 “친환경적 화장을 하고 장례식도 저렴한 관을 활용해 검소하게 치러달라”고 요청한 고인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투투 대주교는 생전에 기후변화 방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이에 유족들은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밧줄 손잡이가 달린 소나무관’으로 고인의 장례를 치렀다.

타보 막고바 현 케이프타운 대주교는 2일 케이프타운의 세인트 조지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고인의 안장 의식에서 “투투 대주교처럼 간소하게 살자”고 말하기도 했다.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은 부인 레아 여사를 비롯해 가족 20여 명만 참석하는 비공개 가족 예배 형태로 진행됐다.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투쟁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투투 대주교는 지난달 26일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김선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