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착한 소비자’ 역차별
“성실한 사람만 손해봐” 고조


새해 시작부터 금융시장에서는 ‘성실한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암울한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이 다시 물꼬를 트는 듯 보였지만 그동안 신용점수를 잘 관리해 온 고신용자들에게 대출 문은 오히려 좁아질 전망이다. 또 실손보험의 보험료율이 올라가면서 그동안 과잉진료를 피하고 착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 온 가입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취를 감췄던 은행의 우대금리가 부활하는 등 막혔던 대출이 재개되고 있는데도 정작 고신용자들은 대출이 막히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올 1분기 중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이기로 한 카카오뱅크는 당분간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판매를 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들도 고소득·고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줄여갈 전망이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신용대출 한도는 올해부터 연소득 범위로 제한된다. 기존에는 예비의사는 당장의 소득이 없어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예외 없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전년보다 낮게 잡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는 31조5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가계대출 공급액(약 42조 원)보다 25%가량 줄어든 규모다.

금융권의 역차별 현상은 보험업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와 2세대(2017년 3월까지 판매) 실손보험에 대해 보험료율을 평균 16% 인상하기로 했다. 3세대(2021년 6월까지 판매) 실손보험은 안정화 할인 특약을 종료하면서 8.9% 오르게 됐다. 소비자 부담 증가는 실손보험을 악용해 이뤄지는 과잉 의료행위 때문이다. 2019년에 지급된 보험금 11조6000억 원 가운데 이용이 잦은 상위 10%에만 보험료가 6조7000억 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에 앞서 과잉진료를 막아내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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