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강원)=뉴시스]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해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구선봉 등이 보인다. 2022.01.02.
[고성(강원)=뉴시스] 새해 첫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월북자가 발생해 동부전선 육군 제22보병사단을 비롯,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오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지역 군사분계선(MDL) 북한군 초소와 감호, 구선봉 등이 보인다. 2022.01.02.
월북 때 북한군 추정 4명 현장 이동 중
코로나 강한 경계 속 발포 안 해 의문
2020년 월북 당시 3m 철책 넘어 귀순
지뢰지대 속 피해 없이 수십시간 잠행
월북자 사살 말라는 별도 지시 가능성


지난 1일 강원 고성군 최전방 철책을 뛰어넘은 월북자가 1년여 전 같은 부대 철책을 넘어온 탈북민으로 확인된 가운데 월북 과정에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40분께 월북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갔을 당시 북한 쪽 비무장지대에서 4명이 움직이는 모습이 한국군 열상감지장치에 포착됐다. 그럼에도 북한군은 월북자를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

군은 이들 4명이 월북자와 접촉했는지 여부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경계 근무 중이었던 북한 군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월북자가 간첩일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간 북한의 행태를 보면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

북한군에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접경을 넘는 인원을 사살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다. 지난해 2월 헤엄 귀순이 발생한 후 북한군은 남북 접경 지역 경계를 강화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시점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한 직후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이 월북자를 향해 총을 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다.

월북자가 귀순할 당시부터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여준 점 역시 간첩이라는 의심을 낳고 있다.

체중 50여㎏인 월북자는 2020년 11월3일 22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었다. 당시 그는 3m가 넘는 철책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줬다.

월북자는 당시 철책 기둥을 타고 올라간 뒤 철책 상단의 Y피켓(Y자 모양의 긴 쇠막대)에 올랐다. 이 Y피켓에 하중 감지 장비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철책을 넘은 뒤 민간인 통제선 부근까지 남하했다.

월북자는 밤새 군의 수색과 추적을 따돌리다 이튿날 오전 붙잡혔다. 그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어려움 없이 누비며 감시망을 교란했다. 민간인이라는 그가 지뢰를 밟지 않고 군을 따돌리는 모습에 훈련된 요원일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됐었다. 월북자는 이번에도 지난 1일 정오께부터 민통선 안을 자유롭게 다니다 약 9시간 후에 GOP 철책과 군사분계선을 차례로 넘었다.

다만 북한이 월북자를 바로 사살하지 않은 것은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해석이 있다. 월북자를 발견하더라도 바로 사살하지는 말라는 지시가 일선에 하달됐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월북자가 간첩이 아니라는 정부의 설명은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서해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사건 발생 사흘 뒤에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한 실망감을 더해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월북자를 무조건 사살할 경우 김 위원장이 또다시 한국 정부에 사과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즉각 사살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질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탄압을 이유로 비난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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