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등 5大기술전쟁 속
선진국과 기술격차 더 벌어져
예산·제도지원 통해 추격해야
지구촌 경제 패권의 판도가 확 바뀐다. 21세기 글로벌 게임체인저가 될 차세대 과학기술·산업혁명이 물밀듯 현실로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먹거리 역할을 하게 될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자율주행 자동차 △차세대 원자력 △스마트 로봇 △차세대 배터리 등 5대 핵심기술을 놓고 전 세계는 사활을 건 경제전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선두로서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따라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예산이나 제도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Tech War)으로 신냉전까지 가속화하는 틈바구니에서 갈 길을 잃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 보안(quantum security)’ 문제는 산업 측면에서 게임체인저이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460억 원을 들여 50큐비트 한국형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는 등 전년 대비 1.8배 늘어난 823억 원의 양자 기술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양자 연구자도 현재 150명 수준에서 2030년까지 1000명으로 확대한다고 하지만 암호해독과 해킹 차단에서 전체적으로 3~5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이미 2019년 53큐비트 양자컴퓨터로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계산을 단 100초에 해결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도 지난해 1월 4600㎞ 거리의 양자 암호통신망을 공개하며 이 분야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제근 서울대 양자과학기술포럼 의장은 “선진국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해 벌어진 기술 격차를 메우면서 양자 암호통신 등 틈새 분야를 선별해 추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필두로 한 차세대 원전은 한국이 2012년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두에 나섰으나 문재인 정부 이후 탈원전 기조에 따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기술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러시아에서는 SMR를 장착한 잠수함이 이미 운항 중인 상황이고, 미국도 앞다퉈 개발 박차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SMR 개발을 지원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내 건설용이 아닌 해외수출용 산업으로만 선을 긋고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미래형 배터리, 로봇혁명,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최첨단 반도체 개발도 서둘러야 할 선도 과제로 꼽힌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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