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째 경남 창원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무료 결혼식을 올려주고 있는 백낙삼·최필순 씨 부부가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백낙삼 씨 제공
55년째 경남 창원에서 신신예식장을 운영하며 무료 결혼식을 올려주고 있는 백낙삼·최필순 씨 부부가 결혼식 사진을 찍어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백낙삼 씨 제공
경남 창원서 신신예식장 운영하는 91세 백낙삼 씨

예복 대여·기념사진 모두 무료
주례도 서주고 아내는 들러리로
코로나에도 작년 200쌍 거쳐가

“건강되면 100세까지 봉사 할것
전국돌며 ‘부부’ 안부 묻고 싶어”


창원 = 박영수 기자

“사례는 행복으로 주세요.”

55년간 1만4200여 쌍이 무료 결혼을 한 경남 창원의 신신예식장이 올해도 문전성시다. 이 예식장에서 결혼한 부부는 정산하지 않고 떠나도 좋다. 구순을 넘긴 주인장 백낙삼(91) 씨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건강이 허락하면 100세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 인근 추산동에 있는 신신예식장은 지난 2일 치른 2쌍의 결혼식을 빼고도 오는 9일 1쌍, 10일 1쌍, 11일 2쌍, 15일 4쌍 등 이달에만 16쌍의 결혼식이 예약돼 있다. 오는 11월까지 전국에서 온 예약이 잡혀 있을 정도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에도 200여 쌍이 결혼했다.

신신예식장은 대부분 값비싼 결혼식을 치르기 어려운 젊은 부부를 포함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40~80대 부부가 찾기 때문에 평일에도 예약이 많다. 신신예식장은 예식장과 폐백실은 물론 드레스, 양복, 꽃다발까지 무료로 준비돼 있다. 필요하면 백 씨가 주례를 서고 아내 최필순(81) 씨가 들러리를 서준다.

백 씨가 신신예식장 운영을 시작한 것은 1967년. 지금까지 55년째 예식장을 운영하며 총 1만4200여 쌍의 결혼식을 올려줬다. 처음부터 결혼식 사진값으로 일부 비용만 받아 예식장 운영비를 충당했다. 사진값은 개업 당시 6000원으로 시작해 70만 원까지 올랐지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뒤로는 받지 않는다.

이런 탓에 창원에서 가장 오랫동안 결혼식장을 운영하면서도 큰돈은 벌지 못했다. 요즘은 사진값도 받지 않으니 예식장 운영비는 결혼식을 치른 부부가 사례로 놓고 가는 봉투에 담긴 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아무 비용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결혼식을 치르러 오는 부부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까 고민이다.

신신예식장을 거쳐 간 손님 중에는 백 씨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접하고 아르헨티나에서 30여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와 정식 결혼식을 올린 50대 부부, “기가 좋다”며 차례차례 찾아온 6남매 부부 등도 있다.

백 씨는 4일 전화통화에서 “나처럼 돈이 없어 제대로 결혼식을 못하고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내가 좋아서 한 일로 감사인사를 받고, 남들도 알아주는 이렇게 좋은 직업이 세상에 또 있겠느냐”며 웃었다. 이어 백 씨는 “죽지 않으면 100세까지 예식장을 운영하고 싶다”며 “은퇴하면 전국여행을 하며 사진앨범 전달을 위해 1967년부터 적어놓은 혼인장부로 예식장을 거쳐 간 부부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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